박노해 시인의 첫 번째 ‘시 그림책’ 출간, 저 먼 행성에서 불시착한 푸른 빛의 소녀와 지구별 시인의 가슴 시린 이야기
“지구에서 좋은 게 뭐죠?” 우주적 시야로 바라본 우리 삶의 근본 물음, 푸른 빛의 상상력을 불어넣는 신비로운 여정
국내에서 그림책으로 처음 소개되는 러시아 거장 말레비치의 명화 29점이 시와 함께 강렬하고 아름답게 펼쳐져
박노해 시인의 첫 번째 시 그림책 ‘푸른 빛의 소녀가’ 표지
느린걸음 출판사가 박노해 시인의 첫 번째 시 그림책 ‘푸른 빛의 소녀가’ 신간을 펴냈다.
시인이자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박노해 시인, 그의 작품 세계의 지평은 어디까지일까.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 1998년 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 2010년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2014년 사진에세이 ‘다른 길’에서 2020년 ‘길’까지. 현대사의 결정적 시기마다 심장을 울리는 글과 근원적 실천으로 시대를 관통해온 박노해 시인이 전혀 새로운 책을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박노해 시인의 시 ‘푸른 빛의 소녀가’로 만든 ‘시 그림책’. 시와 함께 담긴 29점의 그림은 러시아 거장 카지미르 말레비치(1879~1935)의 작품으로 시인이 한 장 한 장 엄선해 새롭게 구성했다. 우주의 신비를 품은 듯 맑고 푸른 빛의 표지를 넘기면 원색의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이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생각지도 못한 우주적 시야의 근본 물음과 답을 생각하며 읽다가 책장을 덮고 나면 마치 우주로의 여정을 다녀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한번 보는 그림책에서 소장하고 싶은 명작으로, 깊은 만족과 오랜 여운을 주는 이 지상의 아름다운 그림책 한 권이 탄생했다.
이야기는 저 먼 행성에서 불시착한 소녀의 물음으로 시작된다. “지구에서 좋은 게 뭐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마주하는 근본 물음. 지구 중력에 갇혀 일상의 감정에 모였던 시선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다가오는 우주문명 시대의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을 담고 있다. 소녀의 질문들은 미래에서 온 아이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 같기도 하고, 영적으로 무한한 어떤 존재가 건네는 인생의 숙제 같기도 하다. 한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주의 고아가 된 듯 고독하고 먹먹해지다 어느새 푸른 빛이 다정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만 같다.
“한 발은 지구 현실을 딛고 한 발은 별들 사이를 오가며, 우주의 깊은숨을 쉬어가는 여정을 선사하기를.”(박노해 시인)
책장을 천천히 넘기며 나만의 답을 찾아가다 보면, 더 커지고 깊어진 내 마음에 가닿게 될 것이다. ‘푸른 빛의 소녀가’ 시를 쓴 후, 박노해 시인은 우주적 상상력과 철학적 메시지가 통하는 말레비치 작품과 ‘불꽃의 만남’을 하게 된다.
“말레비치의 그림에서는 시가 흐른다. 산업혁명과 러시아혁명기를 관통하던 인류 진보의 발자국 소리가, 그 기운과 떨림이 흘러나온다.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의 타악기가 되어 거대한 현실의 벽을 두드리는 듯하다. 말레비치, 그는 캔버스의 시인이다.”(박노해 시인)
시인이 선정한 29점의 그림 속에는 대지와 전통의 전승이, 시대의 고뇌와 저항이, 노동에 대한 경외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흐른다. 무엇보다 그는 이미 100여 년 전에 우주를 그려낸 듯한 여러 작품을 남겼다.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말레비치는 한국에서는 낯선 작가다. ‘푸른 빛의 소녀가’는 국내 최초로 말레비치의 작품을 담은 그림책이다.
“철저한 무無에서 시작할 때 비로소 새로움을 창조할 수 있다.”(말레비치)
소련 정부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다 전시의 기회조차 잃고 타향에서 죽음을 맞으면서도 근원을 추구했던 화가 말레비치. 그래서일까, 박노해와 말레비치의 조우는 한 시대 혁명가들의 뜨거운 만남 같다.
박노해 시인이 띄우는 한 편의 편지와도 같은 책 ‘푸른 빛의 소녀가’. 가슴에 소년 소녀가 살아있는 어른들, 생생하게 젖은 눈빛으로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청년들, 머나먼 별을 여행하다 이 지상에 도착해 다가올 우주시대를 살아갈 아이들, 우주적 존재라는 무게감을 품고 사랑으로 살고 싶은 모두를 위한 별빛 같은 책이다. 아래와 같은 독자들의 후기가 그 감동을 증명한다.
“이토록 새로운 차원의 강렬한 그림책이 또 있을까?”, “20세기에 ‘어린왕자’를 읽었다면 21세기에는 ‘푸른 빛의 소녀가’를 읽을 때”, “시를 위해 그림을 그렸나 싶을 만큼 완벽한 어우러짐”,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과 답의 연속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심장이 쿵 했다”, “박노해와 말레비치의 만남으로 또 한 권의 고전이 탄생했다”.
서로가 저 먼 행성에 고립되어 있는 듯 살아온 2020년. 어느덧 한 해의 끝에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때,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푸른 빛의 소년 소녀가 되어 만나기를 바란다.
“우리는 모두 별에서 온 아이들. 네 안에는 별이 빛나고 있어.”(박노해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