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환경운동연합이 ‘소주병 공용화 사용 법제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019년 4월 하이트진로가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면서 거론된 ‘소주병 공용화’ 논란이, 지난 8월 25일 맺어진 주류업계의 공용병∙이형병 1대1 맞교환 합의로 더욱 거세진 것이다.
환경부의 2010년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9년 국내 소주 업계는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360mL 용량의 소주병을 같은 형태로 제작, 사용 및 공동 재이용함으로써 생산비용 절감 및 자원 순환성을 끌어내는 “소주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소주병 공용화는 빈 병의 회수 기간을 단축하고, 재사용 횟수를 증가시키는 목적으로 최대 329억 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이며 20년 된 잣나무 1050만그루를 심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며 국내 소주업계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아낸 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합의점에 균열을 일으킨 것이 바로 2019년 4월,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의 출시이다. 출시 이후 진로이즈백이 1억 병 넘게 팔리는 성공을 끌어내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이형병이 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균열은 제조업체들이 맺은 이형병∙공용병 1대1 맞교환 합의로 인해 더욱더 화제가 되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소주병 공용화 사용 법제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진로이즈백이 소주병 재활용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는 기존에 청하, 한라산 등 이형병은 소주시장에 줄곧 있었으며, 진로이즈백의 이형병 논란은 높은 판매량에 따른 비난의 표적화라고 주장했다. 또한, 하이트진로는 이형병도 공용화병과 마찬가지로 재활용 할 수 있으며, 하이트진로의 이형병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평균 회수율 약 95%를 달성, 재사용률은 83% 수준으로 환경부의 재사용률 기준에 부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10년간 쌓아왔던 재사용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음에도 이를 방조하고 있는 환경부의 무책임이 유감스럽다”며 “국정감사쟁점화 등 국회 차원의 대책을 포함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로이즈백 돌풍에 10년 넘게 초록색 공용병을 사용해왔던 소주 업계의 협약이 깨지게 됐다”며 ‘진로이즈아웃’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에 나섰고, 이는 소주병 공용화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은 투명한 공병과 두꺼비 마스코트로 국내 소주 업계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그 이면엔 이러한 환경 문제가 숨겨져 있었고, 이형병∙공용병 1대1 맞교환 합의로 인해 더욱더 많은 이형병의 확산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하이트진로는 주류업계 1위 기업으로 자원의 효율적 재이용과 자원 순환에 앞장서야 함에도, 기존 합의를 깨트리는 모습을 보였다. 공용병 재사용은 기업의 경쟁적 편익은 물론 국가 발전에도 기여해온 합의였다. 이러한 합의에 균열을 가져온 하이트진로의 태도가 앞으로 어떤 분열을 일으킬지 심히 우려되는 바이며, 소주병 공용 법제화가 하루빨리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9월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었다. 지구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우리는 한정된 자원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렇기에 하이트진로의 행보가 더욱더 아쉽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