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원대 산업 성장…정신건강 전문인력 대상 치유농업으로 확장

 

국민 3명 중 1명은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반려식물 인구는 약 1,745만 명에 달하며, 관련 산업 규모는 2조 4,21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반려식물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치유를 위한 생활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농촌진흥청은 이를 기반으로 정신건강 전문인력 대상 치유농업 프로그램까지 확대 운영하며 새로운 돌봄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은 최근 전국 단위의 반려식물 인구와 산업 규모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 지역별 인구수에 비례해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현장 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4%가 ‘반려식물을 기른다’고 답했으며, 이를 지역별 인구에 비례해 환산하면 전국 반려식물 인구는 약 1,745만 명에 이른다.

 

특히 반려식물은 30대 이하 젊은 세대에서 선호도가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이하 37.2% △40대 13.2% △50대 15.0% △60대 이상 34.6% 순으로 조사됐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장소는 실내가 90.2%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그 외 △마당(13.2%) △정원(10.7%) △숲(1.2%)이 뒤를 이었다.

 

농촌진흥청은 반려식물을 △‘의존형 반려식물’과 △‘독립형 반려식물’로 구분해 조사했다. 의존형 반려식물은 화분 등에 심겨 실내 공간이나 집 앞 마당에서 인간의 지속적인 관리와 교감을 받는 형태이고, 독립형 반려식물은 정원이나 숲속 등에서 살아가는 식물을 말한다. 반려식물과의 교감은 식물을 바라보기, 쓰다듬기, 이름 불러주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 규모 또한 주목할 만하다. 반려식물 구매 비용, 기르는 기간, 식물 관리 비용을 종합적으로 추산한 결과, 국내 반려식물 산업은 총 2조 4,215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식물 자체 산업이 1조 1,856억 원을 차지했으며, 화분·배양토·영양제 등 관리에 필요한 연관 산업 시장은 1조 2,359억 원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는 실내식물 산업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실내 연관 산업 규모는 689억 원(55.7%), 자체 산업 규모는 607억 원(51.2%)로 나타나 실내 반려식물이 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반려식물 기르기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생활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려식물이 주는 정서적 안정 효과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에서 향후 산업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반려식물 문화 확산과 함께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11일, 농촌진흥청은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정사협)와 ‘치유농업-정신건강증진사업 연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치유농업을 활용한 정신건강 증진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두 기관은 △치유농업 프로그램 연구개발 △지역 기반 민관협력 치유농업 서비스 모형 개발 △정신건강 증진 사업 대상자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 등 다양한 협력 활동을 전개하게 된다. 특히 정신건강 사회복지사와 정신건강 간호사 등 정신건강 분야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치유농업 프로그램 체험 기회를 확대하며, 이들이 직접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경험한 후 정신질환자 대상 서비스에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광역 치유농업센터와 치유농업사, 정사협 지역협회(전국 10개소)가 연계해 지역 특화 정신건강 증진 프로그램도 개발된다. 서울, 강원, 경기, 인천, 대전·충청, 대구·경북, 전북, 광주·전남, 부산·경남·울산, 제주 등 10개 권역에서 민관협력 체계가 마련되어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정신건강 전문인력이 매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12시간의 보수교육 과정에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반영된다. 이를 통해 정신건강 전문인력의 업무 스트레스 감소와 심리적 회복을 지원하고, 정신질환자 치료 분야로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활용 범위가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 권철희 국장은 “치유농업 활동은 스트레스 감소, 우울 완화 등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현장 실증 연구에서 입증됐다”고 강조하며 “정신건강 전문인력에게 특화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함으로써, 이들의 건강한 일상 유지와 환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4년 5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원예원 실증 연구에서는 정신질환자 대상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여 후 우울 지수가 9.4% 감소하고, 절망감은 10.3% 감소했으며, 스트레스 지수는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김용진 협회장은 “양질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심리적·신체적 건강도 보살펴야 한다”며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정신건강 전문인력의 업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심리적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김광진 도시농업과장은 “이번 조사는 반려식물 문화 확산과 산업 확대의 첫걸음이자, 치유농업을 통한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반려식물과 치유농업 관련 연구와 정책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