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적 인기를 끄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뉴스가 아니다. 방탄소년단(BTS)은 빌보드 차트를 석권했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전례 없는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문화가 과연 세계적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던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믿기 어려운 변화다.

 

이러한 성취를 바라보는 국내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가 흔히 ‘국뽕’이라 불리는 과도한 자부심이다. BTS의 성공이 한국인의 특별한 음악적 재능 때문이라고 여기거나,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한국 영화’의 우수성 자체를 입증한 사건으로 보는 시선이다. 이 프레임은 자칫 민족주의적인 감정만을 자극하며, 문화를 국적이라는 협소한 틀로 제한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종종 이 문화적 성공을 마치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면서, 이를 가능하게 했던 정교한 전략과 창의적 도전의 가치를 간과한다.

 

반면, 두 번째 반응은 과도한 냉소와 자기비하적 시선이다. 이들은 BTS의 빌보드 1위를 단지 팬덤의 힘이나 글로벌 마케팅의 승리로 치부하고,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역시 단순히 해외 영화계의 ‘일시적 호의’ 정도로 평가 절하한다. 『오징어 게임』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을 때도 이들은 “세계가 자극적 소재에 열광한 것뿐”이라는 식으로 성공의 본질을 축소했다. 이 프레임은 어떤 성취도 진지하게 인정하지 않고, 문화적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진지한 토론과 성찰 자체를 막아버린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시각 모두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지점이 있다. 한국 대중문화의 최근 성공은 결코 우연이나 민족적 특성 때문만이 아니라 철저한 기획력, 창의성, 전략적 접근이 더해진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이다.

 

BTS의 빌보드 1위는 팬덤의 힘뿐 아니라 음악적 완성도, 철저한 글로벌 마케팅 전략,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음악을 꾸준히 진화시켜 온 노력의 결과였다. 영화 『기생충』 역시 단지 ‘한국적’이라는 이유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계층적 갈등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탁월하게 형상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성공은 자극적 소재 때문이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의 부조리를 강렬하고도 보편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국뽕’적 프레임은 이들 작품의 본질적 가치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민족주의적 환호 속에서 더 깊은 성찰을 어렵게 만든다. 동시에 ‘냉소적’ 프레임은 그 작품들이 가진 진정한 문화적 의미와 사회적 메시지를 무시하고, 한국 문화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한다.

 

우리는 이제 이 두 극단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대중문화의 성공을 무비판적으로 찬양하거나 냉소적으로 부정하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성취들을 정확히 바라보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BTS는 팬덤의 힘을 넘어 세계적인 음악적 흐름을 읽는 전략을 보여주었고, 『기생충』은 특정 국가의 영화가 아니라 세계인이 공감할 보편적 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오징어 게임』 역시 글로벌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보편적 메시지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결국 한국 문화가 보여준 이 성공들은 단지 ‘한국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와 소통하는 보편성과,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내는 뛰어난 기획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진정한 성찰은 여기에 있다. 한국 문화의 글로벌 성공은 일회적 행운도, 거품도 아니며, 이 성공을 가능하게 한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노력을 정확히 바라볼 때만 지속 가능하다.

 

국뽕과 자학 사이, 우리가 대중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한 이유다. 대중문화를 바라볼 때 국뽕과 자학이라는 두 프레임을 벗어나야만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노력이 계속이어져 문화가 세계적 수준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