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연한 계기로 읽게 되었다. 점점 확산되는 코로나19의 여파로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밖에 나가지 않고 있었는데, 침대에 누워 우연히 책장을 보던 중 “원숭이 빵나무와 돈 씨 부부”라는 책이 나의 눈에 들어왔고 순식간에 책을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의 저자인 윤연모 선생님은 나의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이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과와 일본어교육학을 전공한 윤연모 선생님은 한국가곡작사가협회 이사, 한국변역가협회 회원, 현대시인협회 회원, 창작수필문인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서라벌고등학교에서 일본어와 영어를 수업하며 정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본격적으로 정착되기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윤연모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들과는 달랐었다. 입시라는 현실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윤연모 선생님은 여유있게 자신의 교육적 소신을 수업에 담아내셨다. 선생님은 평소 수업을 하실 때는 물론 학생들이 가끔 짓궂은 장난을 쳐도 화를 내시거나 흥분하지 않으셨다. 이 책을 읽으며 선생님의 수업이 떠올랐다.
책 속에는 선생님의 가치관이 잘 담겨져 있다. 1부는 선생님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존경하는 아버지와 사랑으로 딸을 감싸주는 어머니의 모습을 윤연모 선생님은 1부에서 그리고 있다. 현재 윤연모 선생님이 지니고 있는 감상 및 교육에 대한 가치관은 아마 부모님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2부에서 4부까지는 유럽, 필리핀, 이스탄불 여행에서 느낀 감상이 담겨있고 5부는 교육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에세이로로 담아냈다.
책을 읽은 후 윤연모 선생님 선생님의 삶 및 생각을 더 깊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개인적 생각으로는 책이 흡입력이 좋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 윤연모 선생님을 잘 모르더라도 선생님의 감성과 가치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책의 글의 순서가 시간의 순서대로 배열이 된 것은 아니지만, 글을 읽으며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시기와 공간의 윤연모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선생님의 시공간을 따라갈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1부를 보며 부모님과 윤연모 선생님의 은사님 등의 많은 가르침을 받은 어린 시절의 윤연모 선생님을 보았고, 2부에서 4부까지에서는 사람과 자연을 보는 윤연모 선생님의 따듯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으며, 5부에서는 윤연모 선생님이 지니고 있는 조용하지만 강인한 교육적 소신을 느낄 수 있었다.
각각을 나눠서 설명했지만 각각의 글들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글을 읽고 윤연모 선생님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 보다는 “원숭이 빵나무와 돈 씨 부부”를 전체적으로 읽고 선생님의 가치관을 파악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끝으로 책의 ‘시인 선생님’과 ‘도리만천하’의 일부를 이야기 하며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스스로가 책과 윤연모 선생님에 대해서 100마디를 이야기 하는 것보다. 이 두 문단이 더 의미 있을 것이고 생각한다.
“도리만천하(桃李滿天下). 복숭아와 자두처럼 우수한 문하생이 천하에 가득하다.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이때의 기쁨은 가르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큰 기쁨 중의 하나일 것이다. -275쪽-”
“혹자는 선생님과 시인 중에서 어는 것으로 불리기를 원하느냐고 묻는다. 그 어느 쪽을 택하기 보다 ‘시인 선생님’이 좋을 것 같다. -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