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인덱스 창간사
디인덱스[the Index]. 옛 중세 유럽과 유럽인의 정신을 지배하던 카톨릭에서 지정한 금서(禁書) 목록을 뜻한다. 진작에 폐기되어 관짝 안으로 들어갔어야 할 금서 목록이, 2020년 대한민국에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목적은 다르다. 중세 유럽의 그것이 진실을 가리고 진리를 감추어 한 줌의 권력을 온존하기 위함이었다면, 2020년 대한민국의 그것은 진실을 드러내고 금기를 해체하여 세상을 바꾸기 위함이다.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금기의 해체. 디인덱스가 목숨을 걸고 추구하고자 하는 우리의 사명이다. 이 땅의 많은 금기를 발견하고 또 해체함으로써, 정의는 앙양(昂揚)하고 불의는 배격하려는 것이다.
1987년 대중의 혁명을 통해 민주화를 이루어 낸 이래, 많은 금기들이 깨지고 사라져 갔다. 하지만 사라진 금기보다 더 많은 숫자의 그것들이 여전히 우리 삶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일찍이 사라졌어야 할 금기들이 사라지기는커녕 어느새 권력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잡아, 민주화 이전의 독재 권력과는 다른 양태를 보이며 우리 사회를 꾸준히 지배해 오고 있다. 민주가 무엇이고, 또 권력은 무엇인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국민은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힘의 원천인 것이다. 권력의 주인은 국민이며, 권력은 사람에 대한 존중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금기가 무서운 것은 권력의 지향점을 인간 존중이 아닌, 권력 그 자체로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금기는 권력을 향한 국민의 접근을 막음으로써 권력을 더욱더 공고히 한다. 금기를 해체해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다.
디인덱스[the Index]의 또 다른 의미는 지표(指標)다. 따가운 태양빛이 내리쬐는 더운 여름, 오아시스 하나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방향을 찾아 헤매는 여행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겠는가. 나침반이다. 칠흑같은 어두운 망망대해에서 배를 이끄는 항해사가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북극성이다. 지표란 바로 그런 것이다. 방위(方位)를 나타내는 나침반과 북극성이 여행객과 항해사의 길잡이가 되어 주듯, 디인덱스는 바로 우리 사회의 지향점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제4차 산업 혁명이라는 유례 없는 사회의 변화를 당면함에 있어 우리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아니, 과연 지향점이 있기는 한 것인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분명한 목표 없이 헤메는 것은 곧 미래를 포기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라는 말처럼, 미래에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후손들에게 자양분이 될 미래 먹거리를 궁리해야 할 사회 지도층은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채 근시안적인 유불리에만 매몰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디인덱스는 이러한 목마름 끝에 탄생했다. 권력은 있되 국민을 위하는 권력은 없고, 언론은 있되 올바른 말을 하는 언론은 없다. 권력의 잘못을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비판해야 할 언론은 또 하나의 권력이 되어, 언론 내부에서 권력의 잘못을 그대로 답습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디인덱스는 언론의 본래 사명에 천착(穿鑿)하고자 한다. 언론이란 무엇인가. 언론이란 무릇 권력의 잘못을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사회의 지향점을 제시함으로써 공공선을 위한 대중 여론을 형성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한다. 그런데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의 잘못을 비판하고 그것을 고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선배들의 과오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우리의 운영 원칙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전 사원의 기자화’를 사시(社是)로 삼아, 기사의 작성·편집에서만큼은 사내 구성원 모두를 동등하게 대우한다. 관료제적 원칙에 따른 직책의 구분은 지위의 고하가 아닌 역할의 차이만을 나타내는 것이다. 둘째, 진실을 목숨처럼 여기며, 진실에 대한 그 어떠한 왜곡도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진실을 왜곡하며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수많은 선배들을 보아왔다. 그러한 악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우리는 진실을 목숨처럼 여김으로써 독자들에게 진실을 전달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셋째, 사회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여 미래 언론이 지향해야 할 바를 제시함으로써 신(新) 언론의 표준을 확립한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언론이라고 해서 그 예외일 수 없다. 우리 디인덱스 또한 사회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틀을 갖춤으로써, 우리의 존속이 미래의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디인덱스의 출발은 미약하지만 지금 우리의 초심(初心)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유수의 언론사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니 우리는 반드시 그들을 능가할 것이다. 그들이 과거 보던 곳만 보는 동안, 우리는 그들이 보지 못한 곳을 볼 것이다. 그들이 할지 말지 고민하는 동안, 우리는 그들보다 한 발 앞서나갈 것이다. 그들이 느리게 움직일 동안, 우리는 더 빨리 움직일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반드시 그들을 능가할 것으로 확신하는 이유이다.
우리의 찬란한 미래가 도래하여 우리가 미래 언론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다짐하면서, 우리 디인덱스 전 임직원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우리는 사회의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어 이 땅의 불의를 걷어내는 언론이 되겠습니다.
하나, 우리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봄으로써 우리 사회의 지향점을 만들겠습니다.
하나, 우리는 편집과 경영의 철저한 독립을 통해 진실 보도의 의지를 부당하게 꺾지 않겠습니다.
2020년 9월 1일
디인덱스 발행인 조준규 · 편집인 김선규 및 임직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