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花蛇) / 서정주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을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여났기에, 저리도 징그라운 몸둥아리냐

꽃다님 같다.

너의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든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잃은채 낼룽그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눌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무러뜯어.

 

다라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 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麝香 芳草ㅅ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안해가 이브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석유(石油) 먹은 듯……石油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눌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다님보단도 아름다운 빛……

크레오파투라의 피먹은양 붉게 타오르는 고흔 입설이다…… 슴여라! 배암.

 

우리순네는 스물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흔 입설…… 슴여라! 배암.

 

『미당 서정주 시선집(화사집)』, 2001년, 시와시학사

 

 

이 시는 작품속에서 양면적인 모습으로 원시적 생명력에 대한 향수를 강렬하게 표출한 징그러운 미학으로 묘사한다. 이 시는 총 8연으로 구성되어있는데, 1연/2,3연/4연/5연/6연/7,8연의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다.

 

1연에는 사향 박하의 뒤안길 이라는 시적 배경을 제시하고, 아름다움과 징그러움의 모순된 존재인 뱀이 중심 소재로 제시된다.

 

2,3연에서 꽃뱀의 이중적인 모습을 구체적 으로 그리는데, 꽃대님같이 아름다운 모습과 달변의 혓바닥이 낼름거리는 붉은 아가의 징그러운 모습을 묘사한다. 그러며 이런 특징을 지는 뱀에대해서 자신의 원죄적 모순성에 강한 증오와 저주를 내뿜는다.

 

 4연은 단 한 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존재의 밑바닥에 깔린 모순과 허무를 극복하는 공격적으로 나타낸다.

 

5연은 이어 도덕적인 윤리감에 의해 뱀에게 돌팔매를 쏘면서도 그 아름다움에 이끌려 뒤를 따르는 감정의 이중성을 보여 준다. 이 감정은 6연에서 화사의 아름다움을 소유하고픈 공격적인 면으로 구체화된다. 그러며 마지막 7,8연에서는 화사의 관능적, 토속적 아름다움과 이를 향한 탐미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작품에서는 젊은 몸에서 작열하는 관능이 불 피운 쾌락과 그 쾌락에 빠져드는 자신에 대한 죄의식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음경의 유력한 상징물인 뱀과 옥문을 상징하는 고양이같이 고흔 입설을 이러한 초반에는 위험하고 양면적으로 인식하나 후에 빠져드는 모습을 그린다.

 

이 점에서 직접적이고 관능적인 어휘를 사용해서 대담한 이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육성의 절규와 생명의 몸부림의 추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소위 ‘생명파’라는 시사상의 유파를 형성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서정주는 이 시에서 뱀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생명이란 근원적으로 원죄의 구속을 받고 있다는 생각과, 존재의 현실은 실존적 고뇌와 모순에 가득찬 것이라는 점을 날카롭게 인식함으로써, 그러한 모순된 생명성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의 과정을 통해 삶의 본질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이 시는 서정주의 초기 시세계를 보여준다. 작가가 보여준 초기의 시세계는 미를 선악을 다가진 존재로 여겼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악을 노래하고 마왕을 찬미하는 악마주의를 추구한다. 구체적으로 작가는 작품으로 토속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원죄의식과 원초적인 생명력을 읊으며 자의식과 관능적 욕구에 몸부림 치는 젊음과 원죄적 세계관을 치열하게 드러냈다.

 

이 당시 이와 같은 소재는금기시 되었던 영역이었다. 현대사회에서도 이 작품에서 표현한 관능적인 욕구와 자의식은 여전히 오늘날까지도 한국사회에서 이 영역은 말하기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주제이다. 하지만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주제라고해서 말하지 않고 숨긴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실체가 없이 음지에서 나온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그 영역에 대해 사람들은 정확히 알 수가 없고, 왜곡된 정보를 통해서 그 상황을 부정확하게 알게되어 버린다. 즉 그 상황의 본질적인 인과관계를 알 수 없고 선입견으로만 사건을 판단하게 된다. 아마 현대 사회 음지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는 이러한 이유가 근본적인 원인에 있지 않을 듯하다. 서정주의 '화사'는 이러한 점에서 인상깊다.

양동규 편집국장 yangsam_edu@theinde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