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국정 권한 일부를 이양하고, 국정 전반에 대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20일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고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전했다. 이날 현안보고에는 박지원 국정원장과 박선원 기조실장, 김상균 1차장, 박정현 2차장, 김선희 3차장 등이 참석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은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최근 대남⋅대미, 경제, 군사 등 각 분야별로 주요 인사들에게 조금씩 권한을 분산했다고 한다. 세부적으로 대남⋅대미 등 대외 정책은 김여정이 총괄하고, 경제 정책 분야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군사 정책 분야는 신설된 당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부장과 전략무기 개발을 전담하는 당 중앙군사위 이병철 부위원장이 총괄한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지난 9년 동안 만기친람(萬機親覽⋅모든 정사를 돌봄)으로 (북한 사회가) 받은 통치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통치 방식이) 정책이 실패하면 자신이 받을 책임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 분산 차원에서 권한을 일부 내려놨다는 뜻이다. 국정원은 김정은 건강이상설에 대해선 "전혀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국정원은 김여정이 상대적으로 권한을 많이 이양받긴 했지만 모든 분야를 총괄하거나 집행 결정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김여정이 김정은에 대한 중간 보고 취합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김여정이 취합한 보고를 김정은에 전달하면, 김정은이 지시 사항을 김여정에 전달해 각 기관에 배포하는 형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집단지도체제로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