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 광장 앞 (출처 : 서울역사아카이브)

 

청량리역에서 강남을 가본 경험이 있는가? 현재 청량리역에서 강남까지 환승 없이 직행하는 노선은 수인·분당선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청량리-강남 간 대중교통 소요 시간은 경험상 최소 15분에서 길게는 30분까지 늘어나게 된다. 실제 네이버 길찾기서비스를 통해 비교해본바, 퇴근시간인 평일 1930분의 청량리역 발 강남구청행 소요 시간은 우선 최적 경로로서 자차를 이용할 때 ‘30’, 수인·분당선을 이용할 때 ‘30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경의·중앙선과 수인·분당선을 함께 이용하였을 때는 ‘45’, 수인·분당선이 아닌 아예 다른 노선들을 이용하거나 버스만을 이용하여 이동했을 때는 ‘50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차나 수인·분당선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고작 약 9km의 거리를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이 거진 1시간에 가까운 것이다.

 

앞서 청량리-강남 간 소요 시간을 비교한 결과, 수인·분당선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현재 청량리 발 수인·분당선의 배차량는 그 수요에 비해 현저히 적어 많은 불편이 따르고 있다. 청량리 발 수인·분당선은 평일 9, 주말에는 5번밖에 운영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용자 수가 제일 많다고 할 수 있는 출·퇴근 시간에는 평일 기준 750, 194분에 운행하는 열차가 전부이다. 청량리역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를 생각하면 턱도 없는 배차 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적은 배차량으로 인해 동대문구의 강남접근성은 수인·분당선이라는 좋은 활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과 같이 떨어지고 있다.

 

지적했듯 수인·분당선을 활용하여 강남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청량리역의 배차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수인·분당선 청량리~왕십리 구간은 경의·중앙선의 노선인 경원선을 빌려 운영하고 있어 쉬 배차를 늘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노선의 실질적인 포화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청량리역의 '경원선 이용자 수' 통계를 보면, 지난 2019년 일평균 승차 17,476, 하차 18,748명으로 31개 역 중 4위를 기록하였으며, 전염병 사태로 대중교통 이용자 수가 많이 줄어든 2021년 현재에도 승차 12,922, 하차 13,777명을 기록하며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결국 청량리역 근방 경원선 구간 자체가 사실상 포화 상태에 있음을 의미하며, 나아가 수인·분당선의 무조건적인 배차 확대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이어지는 맥락에서 ITX-청춘, KTX,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등 애초부터 많은 열차가 청량리를 거치도록 계획되어 청량리역의 선로용량이 포화상태인 점도 배차 증설의 방해 요소다. 특히, 경의·중앙선을 이용할 때 종종 접하게 되는 우리 열차는 ITX 열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당 역에 잠시 정차합니다.” 또는 청량리역 지연 관계로 우리 열차는 왕십리에서 3분간 정차하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도 그 영향이 크다.

 

결국 수인·분당선의 배차를 증설하기 위해서는 경원선을 빌려 쓰지 않고 청량리~왕십리 구간에 단선을 추가 신설하는 방법 밖에 없는데, 실제로 이번에 발표된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년 청량리~왕십리 2.4km 구간 사이에 0.98km의 단선을 추가로 신설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계획이 추진되면 청량리~왕십리 사이에 기존의 경의·중앙선 노선과 0.98km의 단선이 확보되며, 그중 단선이 수인·분당선 운행에 사용된다. 기존 왕십리역이 종착역이었던 일부 수인·분당선의 배차를 청량리역까지 끌고 오거나 청량리 발 수인·분당선 배차를 증설하는 등 동대문구 주민들의 교통편의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강조하건대 위 분석을 통해 복기해야 할 것은 현재 동대문구의 가장 시급한 문제가 바로 '교통'이라는 점이다. 동대문구는 앞서 본 도시철도 배차 문제 뿐만 아니라 여전히 비효율적인 버스 노선 구성으로 타 권역과의 교류가 제한적이며, 특히 서울이 성장해감에 따라 중요해진 소위 '강남 접근성' 면에 있어서 상당한 손해를 보고 있다. 이에, 동대문구의 중심이자 명실상부 서울의 부도심 역할을 수행해왔던 청량리의 발전 동력은 나날이 떨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동대문구는 기존의 완성된 광장으로서의 청량리를 핵심 지역으로, 막연히 내던지는 '선거철 공약(空約)'이 아닌 보다 근원적이고 획기적인 해결 방안을 탐색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동대문미래선언 최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