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가 어떻게하면 활성화될 수 있을까?

 

방과후학교는 애초에 공교육과 사교육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추가 학습 기회를 통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교육 기회의 평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특히 학원 밀집 지역의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현저히 낮다. 학생들에게는 방과후학교보다 학원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다. 학교에서도 학습 지원을 해주고 싶지만, 학생들은 굳이 공교육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방과후학교는 학생들에게 외면받을까? 단순히 "요즘 애들은 학원만 가니까"라는 식으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일까? 아니면 방과후학교가 정말로 경쟁력이 없는 것일까?

 

학교에서 제공하는 방과후학교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운영 목표부터가 학생들의 필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양동규(2025)의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은 방과후학교를 학업 성취를 높이는 도구로 인식하지만, 정작 상위권 학생들은 학원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하위권 학생들은 학업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는다. 결국, 방과후학교는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이며, 학생들에게 어떤 방향으로도 확실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한계도 크다. 학생들은 방과후학교가 단순히 학업 보충 위주로 운영되며, 예체능이나 진로 탐색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업만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방과후학교는 사교육과 차별화되지 못한 채 매력을 잃고 있다.

 

운영 방식도 문제다. 학생들은 방과후학교가 제대로 홍보되지 않고, 시간대가 학원과 겹쳐 선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생활기록부에도 특별한 반영이 되지 않다 보니, 입시를 고려하는 학생들에게는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공교육이 그 선택지에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교육이 사교육과 경쟁하는 대신, 공존할 방법은 없는 걸까?

 

공교육이 사교육과 경쟁하려면, 방과후학교의 방향성부터 바뀌어야 한다. 무조건 학업 성취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학원이 가르칠 수 없는 프로젝트형 학습, 창의적 활동, 실험적인 수업들이 방과후학교에서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운영 방식도 보다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시간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조정하고, 방과후학교 참여 경험이 입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생활기록부 반영 방식을 개선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공교육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학생들이 이를 선택할 이유가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과후학교의 성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경험을 적극적으로 피드백하고, 이를 반영해 프로그램이 개선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학교에서도 방과후학교가 있으니 참여해라"가 아니라, "이 프로그램이 나에게 정말로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들게 만들어야 한다.

 

사교육이 현실적으로 학생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공교육이 무조건 사교육과 경쟁할 필요는 없다. 방과후학교가 단순한 학원의 대체재가 아니라, 공교육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담아낼 수 있다면, 학생들은 방과후학교를 보조 학습이 아닌 ‘내가 선택한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일 것이다.

 

공교육이 사교육과 경쟁만 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학생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방과후학교가 공교육과 사교육 사이에서 어중간한 선택지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 기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정교하고 체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공교육이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주도하는 중심축이 될 수 있을지, 지금이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