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함성의 깜짝 우승과 0.2초 차이로 갈린 초박빙 승부

 

2025년 2월 16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제23회 세계일보배에서 예상치 못한 이변이 일어났다. 인기순위 5위, 단승 9.9배의 배당률을 기록한 4세 암말 '크라운함성'이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들을 제압한 것이다.

 

숨을 죽이게 만드는 경마 경기(사진 : 한국마사회 제공)

 

 

이날 경주는 단거리 강자들이 대거 출전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다. '스피드영', '나올스나이퍼', '빈체로카발로' 등 우승 후보들이 즐비한 가운데, '크라운함성'의 우승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경주 초반부터 선두를 유지한 '크라운함성'은 씨씨웡 기수와의 첫 호흡에서도 완벽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며 예상 밖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관호 조교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해 첫 대상경주에서 우승해 좋은 기운을 받았다. 남은 대상경주에서도 경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많은 경마 팬들이 뜨거운 환호를 보내며 경마의 묘미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또 하나의 감동적인 순간이 펼쳐졌다. 최고령 8세 수말 '대망의길'이 김태희 기수와 함께 직선주로에서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다. 인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대망의길'의 선전은 많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복승 208.1배, 삼복승 550.4배, 삼쌍승 5486.7배라는 놀라운 배당률을 기록하며 경마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날의 극적인 경주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같은 날 열린 국산 4등급 1700m 경주에서는 보기 드문 초박빙 승부가 펼쳐졌다.

 

우승을 차지한 '성실영웅'을 비롯해 '파워풀삭스'(2위), '희망의찬가'(3위),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말들까지 1위와 6위의 차이가 단 0.2초에 불과할 정도로 접전이었다. 직선주로에 접어든 이후에도 승부가 쉽게 갈리지 않으며 경주마 여섯 마리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결국 1위와 2위는 머리차, 2위와 3위는 목차, 그 뒤를 따르는 말들은 3/4마신 차, 목차, 코차로 순위가 갈리며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극한의 승부가 펼쳐졌다.

 

관중들은 숨을 죽이며 결과를 지켜봤고, 전문가들은 "말 그대로 1초의 가치가 승부를 가르는 경기였다"며 극찬했다. 예상치 못한 이변과 치열한 초접전이 함께한 이날의 경주들은 경마의 가장 짜릿한 순간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증명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