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처장 이관후)는 2025년 2월 28일,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그린란드 정책과 우리나라에 대한 시사점"을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편입하려는 이유가 단순한 영토 확장에 국한되지 않으며, 미국의 안보 강화, 북극항로 개척, 그리고 그린란드의 풍부한 자원 확보라는 다층적인 목적을 포함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린란드는 북극권에 위치해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의 미국 본토 공격 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최단 루트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 이를 감안해 미국은 그린란드 내 공군 기지를 현대화하고 있으며, 냉전 시기부터 러시아의 대서양 진출을 견제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되어 왔다. 또한, 희토류, 철, 구리, 우라늄, 니켈 등 다양한 광물이 매장된 지역으로, 미국이 이를 확보할 경우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낮출 수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희토류의 61.2%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미국의 그린란드 자원 확보는 한국의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며 북극항로가 개척될 경우, 아시아-유럽 간 해상 운송 거리가 30% 단축될 수 있다. 이는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 대비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경제적 이점이 크다. 따라서, 미국이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면 북극항로 운용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추진에 대해 국제 사회는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와 덴마크는 트럼프의 정책을 강력히 반대하며, 그린란드는 매각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EU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 역시 미국의 일방적인 영토 확장 시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2025년 1월 13일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법안"을 발의하며,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극 지역에서의 군사 및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향후 미국이 그린란드뿐만 아니라 북극 전체에 대한 정책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 북극이사회의 옵서버 지위를 획득한 이후, 2013년과 2018년에 북극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북극 지역에 대한 연구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미국의 그린란드 정책 변화에 맞춰 희토류 수입 다변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그린란드의 희토류 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경우, 한국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덴마크 및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제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되는 광물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북극항로 개발과 극지 연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 과학 연구 기지(다산기지)를 운영하며 극지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그린란드의 재생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나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극항로 개척이 본격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해운·물류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다자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 국제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북극 지역 개발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선 환경 보호와 국제 해양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한국은 북극이사회, 국제해사기구(IMO), UN 국제법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다자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극 개발에 대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추진은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닌, 지정학적·경제적·군사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힌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 간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북극항로 개척, 국제 협력 체계 강화 등을 통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북극 정책에 대한 장기적 연구와 투자, 외교적 협력을 통해 한국이 북극 개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