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육, 미국·유럽은 어디까지 왔나?
한국 AI 교육, 기술 중심에 머물러 있다
수능 중심 교육에서 AI를 배우는 한국, 이것이 최선인가?
AI 교육,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AI 교육의 불평등 문제, 공교육이 해결할 수 있을까?
AI 선도 국가가 되려면, 지식을 구성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일상생활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가운데, 세계 주요국들은 AI 교육을 강화하며 미래 세대를 대비시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단순한 프로그래밍 교육을 넘어 AI의 원리와 활용 양상, 윤리적 판단,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함께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AI 교육은 여전히 기술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러한 접근 방식이 미래 세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충분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사회, 한국의 AI교육의 방향은 바뀌어야 한다.(사진 : Chat GPT)

 

미국은 초·중·고 과정에서 AI 교육을 필수화하며, 학생들이 단순히 코딩을 배우는 것을 넘어 AI 모델의 원리,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윤리 등을 종합적으로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AI를 활용한 문제 해결과 창의적 프로젝트 중심 교육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실제 AI 기술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럽 역시 AI 교육을 디지털 리터러시 차원에서 접근하며, 단순한 프로그래밍이 아닌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윤리적 문제를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AI 리터러시를 필수 역량으로 보고 이를 다양한 교과목에서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AI 교육은 여전히 기술 중심에 머물러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정보 및 인공지능 과목이 도입되었지만, 주로 프로그래밍과 기초적인 AI 활용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AI가 작동하는 원리와 사회적 영향에 대한 심층적인 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AI 교육이 정보 및 인공지능 과목으로 국한되어 있어 타 교과와의 연계성이 낮고, 학생들이 AI를 기술적인 도구로만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AI는 단순한 프로그래밍 기술이 아니라 윤리적 판단, 창의적 문제 해결과 연결되는 분야이므로 다양한 교과목과 접목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어 과목에서도 AI 기반 텍스트 생성 기술을 분석하고, AI가 생성한 정보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해석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AI 교육이 수능 중심 교육과 맞물려 있는 방식은 우려를 낳는다. 현재 한국에서 AI 기술의 활용 여부를 다룬 기사 중 AI 기반 수능 문제 풀이가 있다. 이는 AI가 교육에 도입된 방식이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 풀이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되고 있는 단면이기에 안타까운 현실이다. AI 시대에는 지식을 구성하는 방식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지만, 한국 교육에서는 여전히 AI가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도구로 활용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 AI 교육이 도입되는 방식도 문제다. AI 교육은 교사 개인의 역량에 따라 교육 수준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으며, 입시 중심 교육이 우선시되는 현실 속에서 AI 교육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I 교육이 기존 교육 방식과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도입되려면,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즉, 기존의 지식 교육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AI를 활용한 창의적 문제 해결과 윤리적 사고 훈련을 추가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를 위해 AI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창의적인 프로젝트 중심 학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학생들이 AI 기술을 이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AI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주체적으로 고민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입시 중심 교육과 별개로,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AI 교육이 공교육과 사교육 간 격차를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현재 AI 관련 사교육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사교육 자원이 많은 지역과 가정에서 AI 교육 기회를 더 많이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공교육이 AI 교육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에서 이루어지는 AI 교육을 공교육 내 방과후학교 및 특기적성 프로그램으로 편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경제적 배경과 관계없이 AI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교육에서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한국이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나라에서 벗어나 AI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려면, 교육에서 ‘지식’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지식을 ‘구성하는 것’, 즉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AI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 교육을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니라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도구로 삼는다면, 한국은 AI를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능력을 길러야 할 때다. 교육이 AI 시대에 걸맞은 형태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AI 기술을 보유하고도 그 활용 가치를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는 나라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AI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