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언론에서 학생들이 유튜브에서 접한 정치적 견해를 교실에서 드러내는 것을 두고 ‘극우화’라는 프레임이 씌워 비판하고 있다. 물론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유튜브를 통해 무비판적으로 소비되고, 일부 학생들이 이를 신념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분명한 문제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극우화’라고 규정하고 사회적 논쟁의 소재로 삼는 것은 더욱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의 특정 발언을 극우적이라 단정 짓는 것은 그 발언이 왜 나왔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정보가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피지 않은 채 결론부터 내리는 행위다. 이는 결국 학생들을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인 대상’이 아니라, ‘극단적인 정치적 세력의 일부’로 간주하는 위험한 프레임을 만들어낸다. 이런 프레임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그렇게 프레이밍을 하는 양상 및 관련 댓글을 보면, 학생들의 정치적 성향 형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고민하기보다는 특정 집단을 비판하기 위한 소재로 학생들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극단적 콘텐츠에 노출되는 원인은 기존 교육과정의 문제라기보다는 교육 내용이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에서 비롯된다. 현재의 교육과정은 디지털 리터러시와 민주시민 교육을 다루고 있지만, 정작 수업 현장에서 그것이 학생들에게 충분히 와닿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유튜브 알고리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사람은 반복적으로 접하는 정보를 진실로 믿는 경향이 있다.
한 번 특정 정치적 콘텐츠를 클릭하면, 알고리즘은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하고, 이 과정에서 편향된 정보만이 노출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처럼, 지속적으로 접하는 정보가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단순히 "유튜브 정보는 틀렸다."거나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실 확인을 넘어,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비판적 읽기 차원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사실 확인(Fact-Checking)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다. 학생들에게 "이 정보는 신뢰할 수 있는가?", "출처가 어디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 불과하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한 ‘사실 검증’이 아니라, 정보가 왜 특정한 방식으로 유통되고, 그것이 수용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어야 한다.
유튜브에서 정보를 접한 학생이 있다면, 교실에서는 그 정보가 왜 학생에게 설득력을 가졌는지, 그리고 다른 관점에서는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비판적 사고’와 ‘토론 중심의 학습’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의견을 접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며,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극단적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현재 일부 언론과 논객들은 학생들의 특정 발언을 ‘극우’로 단정 짓고, 그 자체를 문제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학생들이 왜 그런 발언을 하게 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학생이 특정 정치적 견해를 보인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도록 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토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학생들의 발언을 극우라는 프레임으로 몰아, 이를 정치적 논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교육을 방관하는 것에 불과하며, 학생들에게 올바른 정보 소비 습관을 길러주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올바르게 정보를 소비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자유로운 의견 교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논의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특정한 입장에 편향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교실에서는 다양한 시각을 존중하는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극우 콘텐츠에 노출된 학생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이 왜 그런 정보를 신뢰했는지를 질문하고, 더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환경이 필요하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극단적 성향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사실 확인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정보 검증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 다양한 시각을 포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가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하며, 교사가 편향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를 조력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극단적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만큼이나, 특정 사상을 무조건적으로 ‘극우’라는 프레임으로 규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교육의 핵심이며, 디지털 리터러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그러한 방향으로 교육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