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계산은 감성적 소설이 아니라 이성적 현실이다.

지난 202213일 신지예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 부위원장이 사퇴했습니다. 지난해인 20211220일에 임명된 이후 보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물러난 것입니다.

 

신지예 사퇴는 결과론적인 것입니다. 이대녀(20대 여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영입했지만 정작 이대녀는 오지 않고, 오히려 굳건할 줄 알았던 이대남(20대 남자)들이 대거 지지층에서 이탈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영입 당일 김한길 위원장은 이대남에 대해서 “(그들은) 비교적 윤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편이지만, 젊은 여성층은 아직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 못 한 분들이 제일 많은 지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김한길의 이 발언은 오만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설사 이대녀의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쳐도 이대남에서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안일한 판단이었습니다.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으면 다른 것을 잃거나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중학교 때 경제 용어로 기회비용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앞도적으로 이겼던 오세훈도 끝내 20대 여자와 40대 남자에서는 뒤집지 못했습니다. 부분적으로 실패했다고 해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을 거품으로 평가절하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야구에서 몸이 가볍고 민첩한 타자가 장타력을 늘려 홈런 개수를 늘리겠다며 벌크 업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김한길의 논리라면 도루 숫자는 유지되며 수비범위가 넓은 상태에서 장타율과 홈런 개수가 월등히 높은 기록을 내야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홈런 수와 장타율은 늘었을지 몰라도 지난 시즌까지 기록한 도루 기록 경신은 포기해야 합니다.

 

메시와 오랫동안 세계 축구계에서 라이벌이었던 호날두는 데뷔할 때는 벌크 업 하기 전이라 측면 포지션에서 드리블하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이후 부상 방지를 위해 벌크 업을 한 이후 드리블은 잃었지만 위치선정으로 강해진 슈팅력을 활용한 골게터로 전향해서 롱런합니다. 김한길의 논리라면 폭발적인 드리블과 뛰어난 위치선정 그리고 강력한 슈팅력 모두를 겸비해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김한길은 정치인 이전에 소설가였습니다. 정치인이 되었으면 정치인답게 행동해야 되는데 그는 신지예 영입으로 현실성을 버린 소설을 기어이 쓰고 주변에 많은 피해를 줬습니다.

 

던전앤파이터 게임회사 네오플의 한길스러움?

 

네오플이 제작하고 국내 굴지의 게임회사 넥슨이 유통하는 던전앤파이터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상위권에서 꾸준히 운영되고 있는 장수게임입니다. 지난 20211229일 던전앤파이터 운영진은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댄스안무팀인 훅(Hook)을 모델로 한 콜라보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2021년도 하반기 트로트와 아이돌 등을 밀어내고 음악계에서 최고 트렌드로 오른 엠넷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라는 이슈에 올라타고자 했던 게임 관계자들의 전략인 것 같습니다.

 

 

던전앤파이터 게임 광고 모델 훅, 출처 : 던전앤파이터 공식 유튜브 채널(던파TV)

 

그런데 광고가 뜨고 나서 기존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호평하던 사람들도 많았지만 게임 유저가 아닌 광고 모델의 팬으로써 게임이 아닌 모델을 호평하는 겁니다.

 

아까 얘기했듯이 던파는 장수 게임입니다. 장수 게임은 장수 아이돌그룹과 같아서 더 이상 새로운 팬들을 유입하기 힘들고 기존 팬들과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진행자들은 그런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젊은 여자들을 게임에 유입시키려고 무리수를 뒀습니다. 애초에 게임 유저층이 높게 잡아야 남성 40대이며 여성 유저가 적은 15년 지난 남초 게임에 뒤늦게 시작하는 여성 유저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기존 유저들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차라리 아이템을 주는 것이 나았다. 이런다고 여성 분들이 이 게임을 하겠냐? 과거 비와이가 랩하던 광고가 더 좋았다. 너무 노골적인 숟가락 얹기 아니냐? 거의 비판일색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광고 모델이었던 안무팀 훅이 문제될만한 인성 논란을 가진 팀도 아니고 실력이 없는 팀도 아닙니다. 안무팀 리더인 아이키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했던 출연자들 중에 유일하게 초등학교 다니는 자식을 키우면서 현역으로 활동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입니다. 방송 내내 순간적인 센스나 분위기 메이킹도 뛰어나서 유부녀인데도 이미 여성 팬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던전앤파이터는 남초 게임이고 여성들이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은 오래된 게임입니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을 모델로 써서 홍보를 해도 어울리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처음에는 유통사인 넥슨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넥슨이 유통사로 있는 또 다른 메가 히트 게임인 서든어택은 최소한 게임 유저와 광고 모델을 어울리게 썼습니다. 광고 모델들이 주로 남자에게 인기 많은 연예인들을 활용했습니다. 게임성은 문제가 있을 수 있어도 광고 섭외에서는 비판할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이런 점을 보고 이건 제작사 네오플의 문제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지예를 영입한 김한길이나, 훅 안무팀을 모델로 쓴 네오플이나 기존에 있던 사람들만 실망시키고 그 대가로 새로운 사람들을 얻지도 못했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숫자는 그런 감성 따위는 인정해주지 않는 냉정한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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