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출연자 일가에 재산을 우회 증여하는 등 공익법인의 취지를 벗어난 행위를 저지른 법인들이 대거 적발됐다. 국세청은 2024년 공익법인 사후검증을 통해 불성실하게 운영된 공익법인 324곳을 확인하고, 증여세 등 250억 원을 추징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익법인은 사회복지, 의료, 교육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며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출연재산과 운용소득을 공익목적에 사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번 검증에서 일부 법인들은 이 같은 의무를 외면하고, 기부금을 사적 이익에 활용하거나 편법적으로 계열기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 공익법인의 이사장은 법인카드를 이용해 귀금속을 구매하고, 수십억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한 뒤 이를 현금화해 자신의 개인 계좌로 입금했다. 이른바 ‘상품권 깡’ 수법을 통해 공익자금을 ‘내 돈’처럼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공익법인 직원을 출연자의 가사도우미로 이용하고, 업무용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공익자금을 공익목적이 아닌 개인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다 적발됐다. 이 같은 사적 유용으로 인해 추징된 증여세는 약 3억 3천만 원에 달했다.
공익법인을 이용해 출연자 일가에 재산을 우회 증여하는 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한 법인은 출연받은 수백억 원 상당의 토지를 특수관계 법인에 사실상 무상으로 임대하고, 특수관계에 있는 학교에만 장학금을 집중 지급했다. 또 다른 법인은 기부금으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매입한 후 출연자와 가족이 무상으로 거주하도록 했으며, 근무하지도 않은 전 이사장(출연자의 증손자)에게 매월 1천만 원 이상의 급여를 수년간 지급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회 증여가 이뤄진 사례에 대해 국세청은 총 9억 8천만 원을 추징했다.
이밖에도 대기업 산하 문화재단이 계열사인 건설업체가 지은 아파트의 주민시설에 제공할 도서를 기부 명목으로 대신 제공하는 사례도 있었다. 사실상 계열사의 이익을 위해 공익법인을 이용한 셈이다.
공익법인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경우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상속·증여세법상 출연자의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의 임직원으로 재직하거나, 이사회 구성 비율을 초과한 경우 등 독립성을 훼손한 사례가 적발됐으며, 이로 인해 29억 원의 증여세가 추징됐다. 출연받은 재산과 운용소득을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하지 않고 사적으로 운용한 경우도 있었고, 세무확인서나 출연재산보고서 등을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아 가산세가 부과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의무 위반으로 인한 추징액은 236억 9천만 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이번 검증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도 공익법인의 기부금 사유화, 계열기업 지원 등 탈법 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회계 부정이나 사적 유용이 확인된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3년간 사후관리를 지속해 공익목적 사용 여부를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다.
또한 선량한 공익법인들이 세법상 의무를 몰라 위반하는 사례가 없도록 세법 교육과 공시 지원도 강화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투명한 기부문화의 정착은 공익법인들의 자발적 의무 준수에서 시작된다”며 “매년 4월 진행되는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에 많은 관심과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