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관장 서민환)은 2024년 자생생물 조사ㆍ발굴 사업을 통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내에서 환경지표종 및 줄기세포ㆍ조직재생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미기록종 편형동물 4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와충강(渦蟲綱, Turbellaria)의 존재를 확인한 것으로, 생물다양성 연구와 생물자원 주권 확보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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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네트(hand net)를 이용한 채집(이화여대 정종우 교수 연구팀)>(사진 : 환경부 제공)
전 세계적으로 편형동물문(Platyhelminthes)은 흡충강, 단생흡충강, 조충강, 와충강 등 4개의 강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와충강을 제외한 3개 강만이 확인된 상태였다.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와충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국내 생물분류체계의 보완과 확장에 기여하는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화여대 정종우 교수 연구팀과 함께 2023년 3월부터 11월까지 신종 및 국내 미기록종 발굴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내 둠벙에서 미기록종 편형동물 4종을 발견했다. 둠벙은 관개시설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이나 가뭄을 대비해 만들어진 작은 저수지로, 유기물이 풍부해 미소 무척추동물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민통선 지역은 인간의 간섭이 적고 자연 생태계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어 다양한 생물종이 안정적으로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편형동물문에는 자유생활성과 기생성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자유생활성 편형동물은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담수, 해양, 습한 육상 환경에서 먹이를 사냥하거나 유기물을 섭취하면서 생태계 내 분해자 또는 포식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예로 플라나리아가 있다. 반면, 기생성 편형동물은 숙주 생물에 의존하며, 숙주의 체내 또는 체외에서 영양을 섭취하면서 생존한다. 대표적인 예로 간흡충(간디스토마)과 촌충이 있다. 이번에 발견된 4종은 ▲큰입납작벌레(Macrostomum quiritium) ▲두사슬좁은입납작벌레(Stenostomum bryophilum) ▲뾰족머리좁은입납작벌레(Stenostomum grabbskogens) ▲작은플라나리아(Dugesia ryukyuensis)이다. 이들은 모두 자유생활성 편형동물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생태계 건강성을 평가하는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와충류는 생태계 내에서 분해자 및 포식자로서 영양 순환을 돕는 핵심 역할을 하며, 피부호흡을 하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민감하여 환경변화 모니터링과 수질 평가의 지표종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일부 와충류는 뛰어난 세포 재생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줄기세포 연구 및 조직 재생 연구에서도 중요한 모델 생물로 사용된다. 이번에 발견된 작은플라나리아(Dugesia ryukyuensis)는 해외에서 이미 조직 재생 및 줄기세포 연구에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 국내 연구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와충강(Turbellaria)이라는 명칭은 이들이 물속에서 움직일 때 섬모를 이용하여 미세한 물결(소용돌이)을 만드는 특성에서 유래했다. 이는 와충류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과도 연결되며, 연구자들이 이들을 환경 지표종으로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올해 하반기에 이들 4종과 관련된 연구 논문을 생물학 전문 학술지 Journal of Species Research에 게재할 예정이다. 또한, 발견된 미기록종에 대해 공식적인 국명을 부여하여 국가생물종목록에 등록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가생물종목록은 우리나라가 관리하거나 연구해야 할 생물종을 정리한 목록으로, 환경부에서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발견을 통해 국내 생물다양성 연구는 한층 발전할 것이며, 향후 추가적인 미기록종 연구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발견은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와충강의 역할을 규명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것이며, 편형동물의 분류생태 및 활용 연구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견에 대해 온라인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민통선이 인간의 간섭이 적다 보니 새로운 생물이 계속 발견되는 것 같다. 자연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국내 생물자원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제라도 생물 다양성을 제대로 연구하고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생물다양성 연구가 한층 발전할 것으로 예측되며, 향후 생태 보전 및 생물자원 연구에서도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으로 예측된다. 앞으로의 생태 보전 및 생물자원 연구 발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