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의 정몽규를 이기지 못한 불명확한 혁신을 제시한 허정무와 신문선
안정성을 넘어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 제언

 

지난 2월 26일 열린 대한축구협회 제55대 회장 선거에서 정몽규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며 4선에 성공했다. 이는 여론조사에서 경쟁 후보인 허정무·신문선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왜 축구인들은 여론과 달리 정몽규 후보를 선택했을까?

 

4선에 성공한 대한축구협회장 정몽규(사진 : 대한축구협회 누리집 갈무리)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허정무 후보가 27.3%, 신문선 후보가 16.5%의 지지를 얻으며 정몽규 후보(8.5%)를 크게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최근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방식과 장기 집권에 대한 비판이 겹치면서 변화를 원하는 여론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실제 투표에서는 정몽규 후보가 156표를 획득하며 압승을 거뒀고, 허정무(15표), 신문선(11표) 후보는 극히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축구계 내부의 표심이 여론과 다르게 움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몽규 회장은 안정성과 지속성을 내세우며 축구계의 신뢰를 확보했다. 그는 2013년 대한축구협회장 취임 이후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을 주도하며 국가대표 및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체계적인 훈련 시설을 마련했다. 또한, K리그1~K4로 이어지는 디비전 시스템을 정착시켜 승강제를 도입하고 리그 경쟁력을 강화했다. 유소년 및 여자 축구 지원도 확대하여 미래 인재 양성과 여자 축구 저변 확대에 힘썼으며, VAR 도입과 심판 운영 개편을 통해 경기의 신뢰도를 높였다. 이러한 정책들은 축구계 인사들에게 ‘안정적인 리더십’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며, 이는 선거에서 결정적인 표심으로 작용했다.

 

반면, 경쟁 후보들은 변화와 개혁을 주장했지만 한계를 드러냈다. 허정무 후보는 남아공 월드컵 16강을 이끈 지도자로서의 경험이 있었지만, 행정 경험이 부족하여 협회 운영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신문선 후보는 대한축구협회의 투명성 강화와 개혁을 강조했지만, 개혁 방안이 다소 급진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처럼 두 후보 모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며 축구계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

 

결국, 정몽규 회장의 4선 성공은 축구인들이 변화보다 안정성을 선택했음을 보여준다. 대한축구협회의 장기 집권과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축구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개선을 이뤄낸 그의 리더십이 지지를 얻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국제적 영향력 부족과 대한축구협회의 투명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정몽규 회장이 4선을 맞이한 지금, 대한축구협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더욱 분명하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2031년 아시안컵과 2035년 여자 월드컵 유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국제 외교 활동이 필요하다.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파 선수 활용 전략과 체계적인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협회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팬들과의 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 감독 및 협회 운영진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고, 축구계와 팬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K리그1과 K리그2뿐만 아니라 하부 리그까지 탄탄한 운영 구조를 마련해 국내 리그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기장 시설 개선 및 팬 친화적 운영을 통해 관중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 여자 축구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프로 리그 활성화와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며, 유소년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지역 기반 클럽 시스템을 더욱 활성화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

 

정몽규 회장의 4선은 대한축구협회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혁신과 변화 없이는 한국 축구가 정체될 위험도 있다. 이제는 국내 축구 발전과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향후 4년 동안 대한축구협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리고 정몽규 회장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에따라 대한민국의 축구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