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와 교감하는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식음료업계가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리뉴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때 장기간 시장을 지배했던 스테디셀러 제품들이 이제는 지속적인 변화 없이는 소비자의 관심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과거에는 익숙한 맛이 충성도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였다면, 이제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기대를 능동적으로 충족시키고,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살아남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제품의 원재료를 개선하고, 제조 공정을 혁신하며, 감각적인 패키지와 차별화된 브랜드 스토리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리뉴얼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변화만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소비 심리를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넘쳐나는 선택지 속에서 오히려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이는 선택 과부하 현상으로, 지나치게 많은 옵션이 존재하면 소비자는 오히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자신의 선택을 쉽게 정당화할 수 있는 차별화된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스타벅스의 ‘블론드 에스프레소’ 도입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 에스프레소 원두는 강한 풍미로 고정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보다 부드럽고 라이트한 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증가하면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새로운 원두를 추가하면서도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며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소비자는 익숙한 브랜드 내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얻게 됨으로써 선택 과부하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덜 느끼고, 자연스럽게 리뉴얼 제품을 경험하도록 유도되었다.

 

소비자는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를 손실회피 편향이라고 하는데, 브랜드가 리뉴얼 전략을 활용할 때 소비자들에게 기존 제품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느낌을 주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제품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농심의 ‘신라면 블랙’이 좋은 사례다. 기존 신라면은 오랫동안 국내 라면 시장을 지배해왔지만,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깊은 국물 맛을 강화한 업그레이드 버전이 필요했다. 농심은 신라면 블랙을 출시하며 기존 신라면보다 사골 국물 맛이 더 깊고, 원재료가 더 우수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기존 제품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이 손실처럼 느껴지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리뉴얼 제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맥주 시장에서도 유사한 전략이 적용되었다. 하이트진로는 기존 ‘하이트’ 맥주에서 ‘테라’로 전환하면서 100% 청정 맥아 사용을 강조했다. 소비자는 청정 원료를 사용한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닐까라는 심리를 가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신제품으로 이동하게 된다.

 

같은 정보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지는 현상을 프레이밍 효과라고 한다. 브랜드가 리뉴얼 전략을 펼칠 때 단순히 제품이 바뀌었다고 알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리뉴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메시지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비맥주는 ‘카스’를 리뉴얼하면서 더 신선하고 청량한 맛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했다. 기존 제품과 비교했을 때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은 리뉴얼 제품이 더 신선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접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는 제품 자체의 변화보다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유도한 효과적인 사례다.

 

비슷한 사례로 농심이 ‘새우깡’의 패키지를 뉴트로 감성으로 리뉴얼한 점도 있다. 기존 디자인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붉은 색상과 새우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서체와 감각적인 디자인을 더해 ‘세련된 옛날 간식’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층에게는 트렌디한 감성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를 사회적 증거라고 하는데, 브랜드가 리뉴얼 제품을 성공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품 홍보가 아니라, 소비자가 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느끼도록 만드는 전략이 중요하다.

 

배스킨라빈스의 ‘이달의 맛’ 캠페인은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매달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출시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SNS에 공유하도록 유도하면서 제품이 자연스럽게 확산되도록 했다. 이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번 달의 맛을 놓치면 안 된다’는 심리를 형성하게 하고, 지속적인 브랜드 충성도를 유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CJ제일제당의 ‘햇반’ 리뉴얼도 사회적 증거를 활용한 사례다. 햇반은 단순한 즉석밥이 아니라, 국내산 쌀을 사용해 농가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소비자들은 햇반을 선택할 때 단순한 즉석밥을 사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한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식음료업계의 리뉴얼 전략은 단순한 제품 변화가 아니라, 소비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과정이다. 소비자들은 변화하는 시장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찾고 있으며, 브랜드는 이를 반영하여 손실회피 편향, 프레이밍 효과, 사회적 증거 등의 행동경제학적 원리를 활용해야 한다.

 

브랜드가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단순히 새로운 원료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가 이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소비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브랜드만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