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1020 도서 구매 9.3% 상승해, 한강 열풍 등 역주행 도서로 문학 판매량 급증
‘사락’ 리뷰로 독서 감상 나누는 젊은 세대… 1020 리뷰 건수 4만4000건 돌파
1020세대 독서 문화 취향저격한 ‘독서모임’… ‘비대면 모임’ 및 ‘느슨한 모임’ 인기
이러한 경향성을 이어갈 방안은?

 

얼마 전, 책을 좋아하는 내 주변의 20대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에는 책을 혼자 읽고 끝났다면, 이제는 책을 같이 읽고 공유하는 게 재미있어요.”

 

 

1020세대의 독서 문화 부흥을 반영한 생성이미지, 다양한 사람들이 책을 읽고, 온라인에서 공유하며 독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모습으로 변화한 1020세대의독서 트렌드를 보여준다.(사진 : Chat GPT)

 

 

책은 늘 가까이에 있었지만, 한때는 디지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그 존재감이 희미해지기도 했다. 실제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젊은 세대는 책을 읽지 않고 디지털 콘텐츠만 본다는 것을 사회문제로 보는 입장도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 1020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독서 열풍이 불고 있다. 예스24의 독서 커뮤니티 분석에 따르면, 20241020세대의 도서 리뷰는 전년 대비 51.7% 증가했고, 10대 이하 독자들의 리뷰 작성은 무려 3.5배나 늘었다. 이들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감상을 공유하고, SNS를 통해 책 영업을 하며 독서의 즐거움을 확산시키고 있다.

 

현제 1020세대에게 독서는 더 이상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과거 독서는 개인의 취향이었다. 책은 조용한 방 안에서 혼자 읽고, 혼자 곱씹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 1020세대에게 독서는 사회적 활동이다. 이들은 책을 읽고 나면 인상 깊은 문장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고, ‘이 책 읽은 사람?’이라며 독서모임을 만든다.

 

2024,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했다.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다시 주목받았고, 양귀자의 모순, 최진영의 구의 증명, 강화길의 다른 사람 등도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했다. ‘급류를 타듯 출판계를 뒤흔든 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독서가 세대 간 소통의 도구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1월 1020세대 종합 20위권 내 소설

2025년 1월 1020세대 종합 20위권 내 소설(사진 : 예스24 제공)

 

더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가 단순한 책 소비증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스24의 분석에 따르면, 20251월 한 달 동안 1020세대의 독서모임은 100개 가까이 새롭게 개설되었으며, 그중 90% 이상이 온라인 모임이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이들은 대면 모임보다 비대면 독서모임을 선호하고, ‘장르 불문 자유롭게 읽는 모임’,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읽는 모임등 부담 없이 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열풍이 1020세대의 휘발성 문화가 아닌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독서 활성화를 위해서는 독서를 더 이상 일부 독서가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풍토를 바꿔야 한다. 지금 1020세대는 책을 읽고,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독서 문화를 대중적인 경험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민이 필요하다.

 

첫째, 출판계는 독서 문화의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 젊은 세대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즐긴다. 따라서 출판사들은 기존의 책을 내면 끝이라는 방식을 벗어나,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SNS에서의 독자 소통, 온라인 독서모임 지원, ‘책 영업을 돕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개발 등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둘째, 학교와 도서관이 이 흐름을 더욱 뒷받침해야 한다. 10대 독자들의 리뷰 작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는 젊은 세대가 책을 읽고 기록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학교와 공공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대출해주는 공간이 아니라, 독서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읽고 싶은 책을 직접 선정할 수 있도록 하거나, 비대면 독서모임을 학교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독서 문화에서 경쟁을 줄이고, 즐거움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때 독서는 성적을 위한 필수 요소로 여겨졌고, 추천도서 목록은 해야 할 숙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1020세대는 독서를 부담이 아니라 힙한취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SNS에서 활발히 공유되는 책방 투어’, ‘한 줄 리뷰 챌린지같은 트렌드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독서가 경쟁이 아닌, 순수한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언젠가부터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는 말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책을 읽는 사람들, 그리고 함께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1020세대가 불 지핀 독서 문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책이 가진 본래의 힘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문화로 정착시킬 것인가이다. 지금 1020세대가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독서 방식은 더 이상 개별적인 취미가 아니다. 그들은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하고, 새로운 시각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이 이끌어가는 독서 트렌드가 한 시대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출판계와 교육계,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책을 읽고, 공유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1020세대는 지금,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그 가치관은 이어나가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