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체육 vs 생활 체육, 스포츠 강국의 미래는 어디로?
단기 성과 vs 장기 발전, 한·중·일 스포츠 정책의 대결
한국, 중국, 일본의 스포츠 육성 방식의 시험대가 될 이번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사진 : Chat GPT)
오는 2월 7일부터 14일까지 중국 하얼빈에서 열리는 2025 동계 아시안게임이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한·중·일 3국의 스포츠 패권 경쟁과 스포츠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이다. 역사적으로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 기록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국제 관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특히 한·중·일은 각각 다른 스포츠 육성 방식을 채택해 왔기에, 이번 대회는 이들의 차이가 실제 경기 결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그동안 동계 스포츠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하얼빈 대회는 중국이 동계 스포츠에서 패권을 차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중국의 스포츠 육성 방식은 국가 주도의 강력한 선수 육성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며, ‘스포츠 강국 2035’ 계획을 통해 특정 종목을 국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중국이 선발한 유망주들은 조기에 선발되어 국립 훈련소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아 왔다. 그 결과 통해 쇼트트랙, 스키, 프리스타일 스노보드 등의 종목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갖췄고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은 대대적인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주도형 육성 방식은 선수들에게 극심한 경쟁을 강요하고 있으며, 성적을 내지 못한 선수들은 선수생활을 마무리 한 후 새로운 경력을 찾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국은 빙상 종목에서 아시아 최강국으로 군림해왔지만, 최근 중국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급격히 성장하며 그 위상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번 대회는 한국이 동계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지킬 수 있을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대다. 한국의 스포츠 육성 방식은 학교 스포츠와 국가 대표 육성 시스템이 결합된 형태이다. 과거 엘리트체육 중심에서 생활체육과 병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초·중·고 시절부터 유망주를 발굴해 그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훈련을 시키고, 그 과정에서 상위권의 선수들은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대한체육회 및 협회의 지원을 받아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키우며 설장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동계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한국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은 선수들에게 높은 성적을 요구하며, 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부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한계도 존재한다. 쇼트트랙 종목에서는 경기 중 충돌 및 판정 논란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와 연결되며, 이번 대회에서도 이러한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일본은 한국과 중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스포츠를 육성한다. 일본의 스포츠 정책은 생활 체육 중심으로, 전 국민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즉,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스포츠 문화 형성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일본의 생활 체육 중심 정책은 학교 스포츠가 아닌 지역 스포츠 클럽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학생들은 학교 운동부에 소속되기보다는, 지역 스포츠 클럽에서 스포츠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방식을 따른다. 이러한 방식 덕분에 일본은 피겨스케이팅, 스키, 스노보드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스포츠와 연계된 직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단기적인 메달 획득 경쟁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엘리트 체육 방식보다 뒤처질 가능성이 높으며, 조기 육성이 중요한 종목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이번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은 한·중·일의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 정책이 실제 경기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무대다. 단기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엘리트 체육 중심의 시스템을 통해 메달 경쟁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본처럼 생활 체육 기반의 장기적인 접근 방식이 향후 스포츠 저변 확대와 선수들의 지속적인 성장에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이번 대회가 끝난 후, 한·중·일 3국은 각자의 스포츠 정책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것이다. 엘리트 체육이 여전히 국제 스포츠에서 필수적인 전략인지, 아니면 생활 체육 기반의 장기적 접근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은 단순한 경기 대회가 아니라, 한·중·일의 스포츠 패권과 정책적 차이가 맞부딪히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