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의 명과 암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마이너리그를 중심으로 본격 도입된 ABS(Auto Ball-Strike System,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가 시행 1년을 맞이했다. 야구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 ABS는 고속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활용해 볼과 스트라이크를 자동으로 판정하는 시스템이다.

 

ABS도입으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한국 야구(사진 : Chat GPT)

 

이전까지 스트라이크 판정은 심판의 재량에 크게 의존해왔다. 이에 따라 경기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달라지거나, 심판의 실수로 인해 승부가 뒤바뀌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ABS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되었으며, 이를 통해 판정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하지만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ABS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정확성과 공정성을 높였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경기 흐름을 해치고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변화시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ABS가 도입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오심률의 급감이다. 2022년, 즉 ABS 도입 이전의 볼-스트라이크 판정 정확도는 92.3%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3년 ABS가 도입된 후 정확도는 98.7%로 대폭 상승했고, 오심률은 1.3%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챌린지 시스템이 적용된 경기에서는 약 48.2%의 챌린지가 성공하며, 기존 심판 판정이 ABS에 의해 뒤집힌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야구계에서는 ABS 도입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일관된 스트라이크존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기존에는 심판의 스타일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이 유동적으로 변화했지만, ABS는 규칙대로 정확한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여 모든 경기에서 동일한 기준을 제공한다. 한 투수는 "이제는 경기마다 심판의 성향을 분석할 필요가 없어졌다. 같은 코스에 던졌을 때 다른 판정이 나오는 일이 사라졌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한 타자 역시 "심판의 편향적인 판정으로 인한 억울한 삼진이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특히 포수들은 ABS 도입으로 인해 프레이밍(볼을 스트라이크처럼 잡는 기술)이 무의미해졌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한다. 전통적으로 포수들은 심판의 성향을 파악해 공을 살짝 움직이며 유리한 판정을 끌어내는 기술을 연마해왔다. 하지만 ABS는 공의 궤적을 그대로 분석해 판정을 내리기 때문에 포수의 프레이밍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됐다. 한 포수는 "포수로서 수 년간 연습해온 기술이 ABS 도입 이후 무용지물이 됐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감독들 역시 ABS가 경기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심판과 선수 사이의 긴장감이 사라졌고, 경기 중 타자와 심판 간의 감정적인 교류가 줄어들면서 야구 특유의 묘미가 감소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감독은 "경기라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으로 정확하다고 해서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면서 생기는 긴장감이 중요하다"며 "ABS는 공정성을 높였지만, 경기의 감정적인 요소를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팬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누리꾼들은 "오심이 사라지고 공정한 판정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ABS 도입은 반드시 필요한 변화"라고 평가하는 반면, "경기가 기계적으로 변하면서 심판과 선수 간의 긴장감이 사라졌다"는 의견도 많다. 일부 팬들은 "야구의 재미는 심판의 인간적인 실수조차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점인데, ABS는 이를 완전히 제거하려 하고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이러한 논란을 반영하듯, MLB는 완전한 ABS 도입보다는 챌린지 시스템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ABS’ 방식을 고려 중이다. 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심판이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되, 타자나 포수, 투수가 요청할 경우 ABS 판정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한 경기당 챌린지 가능 횟수를 제한하여 경기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심판의 오심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ABS가 도입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야구계는 공정성과 경기의 재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새로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오심이 사라진 것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야구의 감정적인 요소가 줄어들고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변화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문제였다. 누리꾼들은 "야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경기이며,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며 ABS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고려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향후 야구계가 ABS를 어떻게 활용하고 보완해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