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제공은 삼성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와 최순실 일가

지난 202229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 중국의 쇼트트랙 편파 판정과 관련해 삼성이 손을 떼면서 스포츠에서 영향력이 약해진 것을 편파 판정의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안민석 의원의 해당 발언은 삼성의 선한 영향력을 말하려던 의도에서 벗어나 개최국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냐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사실 안민석 의원이 굳이 삼성의 선한 영향력을 말씀할 자격이 되는지도 의문입니다. 누구보다 먼저 삼성 공격에 앞장섰던 것이 안민석 의원입니다. 그래서 그가 삼성의 장점을 돌려가며 얘기를 해도 국민들이 과거의 행적 때문에 신뢰하지 않습니다.

 

물론 빌미 제공은 박근혜 정부에 있었습니다. 박근혜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의 딸인 승마 국가대표 정유라를 지원하던 것은 삼성이었고, 이화여대에서 벌어진 학생들의 시위로 인해 삼성과 최순실 일가 그리고 박근혜 간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입니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와 최순실 일가만 처벌하면 되는데 삼성의 전경련 탈퇴 압박, 기업 내 미래전략실 폐지 압박 등 기업의 투자 활동이 위축되게 만듭니다.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단순히 취업준비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향유층의 불만도 커집니다.

 

스포츠에 진지하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의 인사들은 과거 박정희 정부부터 이어진 엘리트 체육을 비판했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엘리트 체육 육성을 통해 군사정권이 자신들의 지지율을 올리려는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가 스포츠를 정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감합니다.

 

그러면 그런 과거의 악습을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는 자유로웠을까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뭔가요? 정당하게 뽑힌 선수들로 국제대회에서 공정한 경쟁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스포츠의 순수한 목적이 아니었나요? 스포츠에 왜 굳이 현실의 국제문제가 들어가나요? 남북한 친선 경기를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 아닐까요? 혹시 북한이 압도적으로 지는 것이 예상되어 보기 싫어서 그랬나요?

 

같은 올림픽의 여자 팀 추월과 매스스타트에 출전했던 김보름 선수에 대해서는 어땠나요? 축전에다가 인터넷 여론을 보고 교훈을 운운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답지 않게 가벼웠습니다. 확인되지도 않은 소문을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은 위로하는 척하면서 잘못한 사람을 취급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피해자였던 노선영 선수가 가해자로 1심 판결됐고, 김보름 선수는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과거 자당의 국회의원이었던 표창원도 사과했는데 대통령님은 항상 어려울 때는 뒤에 숨으시는 것 같습니다.

 

같은 해 여름 2018 러시아월드컵 때는 공감능력에 경악을 했습니다. 2차전에서 멕시코에게 지면서 2패를 기록해 16강 진출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은 자기 딴에는 선수들을 위로해주고 싶었을 겁니다. 아니 정말 위로해주고 싶었다면 나중에 귀국 이후 청와대에 선수단을 초청하면 될 일 아니었나요? 손흥민 선수는 뒤쪽에서 상의 탈의한 상태로 울고 있었습니다. 울고 있는 사람을 굳이 데리고 카메라 앞에 상체 노출된 상황에서 데리고 와서 억지로 파이팅하는 게 정상적인 공감 행위인가요? 손흥민 선수가 그 상황에서 협조 안 해줬으면 지지자들이 몰매를 때렸어도 그저 견디라고 하실 건가요?

 

지난 2021년에 코로나로 한 해 지연 개최했던 2020 도쿄올림픽 때도 그렇습니다. 개최국이 일본이지만 수백 개의 나라가 참여한 올림픽에서 굳이 개최국 도발하는 문구를 선수촌에 설치했더군요. 올림픽이 무슨 한일전인가요? 그렇게 해서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성적이 좋았나요? 84LA올림픽 이후 역대 최악의 성적 아닌가요? 도리어 친일정당이라고 매도당하던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때는 늘 일본보다 성적이 좋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그리고 대통령님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정권 말기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조선시대처럼 대국에 대한 예의 차원인지 모르겠지만 역대급의 편파 판정에 대해 엄중한 침묵으로 일관하셨더군요.

 

한국 스포츠의 부활은 MB 석방으로부터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보면서 오랜 스포츠 팬으로써 씁쓸한 것이 하나 있다면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 동메달에도 단순히 선수에 대한 축하 격려 수준이 아니라 과거 금메달을 딴 것만큼의 가치로 평가됩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 도쿄 하계,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적이 과거 베이징 하계, 벤쿠버 동계, 런던 하계올림픽보다 성적이 나쁜 것입니다. 종합순위 한때 5위까지 기록했던 대한민국이 이제 10위 밑으로 쳐지는 것이 당연한 수준이 돼버렸습니다.

 

근래 들어서 지도자의 중요성이 올림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도자가 국민들이 문화를 편안하고 다양하게 누리게 하고,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는다면 자신의 동네 그리고 자신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들이 쏟아질 겁니다.

 

개인 이명박은 몰라도 적어도 이명박 정부 때는 코로나와 상관없이 지금보다 분명 활기찼던 시기라고 스스로 자부합니다. 아시아에서 일본, 중국에 연연하던 현재에 비해 서구 백인국가들과 당당하게 자웅을 겨뤘던 것을 응원하던 10여 년 전의 추억이 그립습니다.

 

지금 젊은 남자들 더러 밤에 해외축구를 보고 게임이나 한다고 비아냥대던 사람이 현 정부의 스피커였던 것에 비하면 적어도 이명박 대통령은 비꼬지 않고 자신들의 과거와 비교해서 용기를 줬습니다.

 

우연하게도 스포츠에 진심이었던 남자 이명박 대통령이 재구속되면서 한국 스포츠 성적의 몰락이 시작되었습니다. 언론이 보도를 덜 한다고 해서 드러난 성적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기업가 출신인 MB의 구속은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거세한 결과로 이어진 겁니다. 한국 스포츠가 예전 같은 위용을 찾으려면 상징적 의미로 MB 석방이 우선입니다.

 

2008 베이징, 2010 벤쿠버 그리고 2012 런던의 영웅들을 그리워하며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의 당시 쾌속 세대라 불렸던 스포츠의 영웅들이 거의 다 은퇴했습니다. 2014년 소치올림픽으로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은퇴, 2016년 리우올림픽으로 수영 박태환 선수의 은퇴, 2018년 평창올림픽으로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선수의 은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쇼트트랙 곽윤기 선수가 계주 은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은퇴했습니다. 이제 남은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종목 그리고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이승훈만 남았습니다. 현역 의지를 불태운다고 하지만 3년 전 이상화처럼 다음 올림픽 개최 전에 은퇴 선언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한국 스포츠가 대가 끊긴 고대 문명처럼 사느냐 더 풍요로운 문명처럼 번성하느냐는 지도자에 달렸습니다.

 

엘리트 체육을 비판하면서 스포츠에 국가 간의 문제와 이슈를 끌어들인 것보다 차라리 과거처럼 엘리트 체육에 투자를 신경 썼던 이명박 정부가 더 순수한 것은 과연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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