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친위대를 지키려 했던 이준석의 발버둥
지난 2021년 11월 5일부터 거의 한 달 동안 이준석과 윤석열, 정확히는 이준석, 김종인과 윤석열 측 중진의 갈등이 울산에서 양측의 회동으로 극적인 봉합이 된 것 같습니다.
서로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었기 때문에 갈등의 과정이었던 김종인 합류 여부, 이수정 선대위원장 임명 여부, 당대표의 폭탄주 과음으로 인한 연락 두절 및 행사 불참, 상의 없는 행사 스케줄 통보 등에 대해서는 굳이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경선 결과 직후 갈등의 시작이었던 국민의힘 윤석열 반대 당원 탈당 사태에 대해 예민했던 이준석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우선 11월 5일 국민의힘 경선이 끝나고 홍준표 지지자 일부가 탈당 인증 사태를 벌입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우려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립니다.
그런데 TV조선에서 취재 후 오히려 탈당한 당원 수보다 입당한 당원 수가 늘었다는 보도를 합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TV조선의 뉴스에 반박하며 일반당원과 책임당원을 구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보통 당대표는 당원이 늘었으면 열심히 자신의 치적처럼 홍보해도 모자랄 판인데 이준석은 전체 당원 수가 늘었음에도 탈당한 당원에 포커스를 맞추고 비판합니다.
당시 당지지율도 컨벤션 효과로 11월 8일에 발표한 YTN-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46%까지 올라서 25.9%에 그친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20.1%의 차이가 났습니다. 당원도 늘었고, 당지지율도 크게 올랐는데 당대표는 좋아하기는커녕 비판을 했습니다.
그럼 이준석은 윤석열이 본선 후보가 된 것이 아니 꼽기에 그런 것일까요? 김종인, 이수정 등의 인사 문제는 후에 일어난 과정이니 이 문제와는 상관없습니다. 홍준표가 되길 내심 바랐다고 단정하기에는 김종인이 홍준표와의 악연이 있어서 사이가 윤석열에 비해 좋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너무 데이터 정치에 능했던 이준석의 직책 망각
입만 열면 데이터를 얘기하는 시대에서 가장 데이터 수용이 늦는 곳은 정치권입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낮으면 단지 조작이라고 서슴없이 얘기하는 홍준표는 도리어 미래 세대라는 2030의 지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정치인들이나 지지자들이나 표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복제인간이라도 만들면 된다는 듯이 그저 無지성으로 선거운동을 합니다. 무조건 사람들 많이 만나고, 무조건 인터넷으로 소통만 하면 되는 줄 압니다. 정치인들은 ‘play’만 할 뿐 육하원칙에 대입시켜 누구를 만나고 어디에 가서 자신의 호감도나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되는지 막연합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보수우파 정당 정치인 중에 이런 표를 얻는 부분에 대해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 오세훈 서울시장, 그 이후에는 오세훈 캠프에서 스텝으로 활동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이며 뒤늦게 활용하여 추격에는 성공했지만 끝내 역전은 하지 못했던 홍준표 의원도 어느 정도 활용할 줄 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당대표선거 때 이준석은 아무 생각 없이 대구를 방문한 것이 아니고, 선거 도중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이유 없이 만난 것도 아니며,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탄핵을 수용하자는 발언을 했던 것도 단순히 허세를 부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탄핵을 수용하자는 발언과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난 것이 공개된 것은 중도층 혹은 무당층을 향한 행동입니다. 그럼 보수의 성지라는 TK에 머물러서 돌아다닌 것은 뭘까요?
우리는 축구를 처음 배울 때 수비수가 수비를 잘하면 실점을 하지 않는다고 배웁니다. 그러나 더 효율적인 수비는 상대 진영에서 우리 팀의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중원을 장악하여 상대 볼배급을 차단하여 점유율을 올리는 것이 더 좋은 실점을 막는 방법입니다.
이준석의 대구 장기 투숙은 대구에서 표를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경쟁 후보였던 나경원, 주호영 등이 TK에서 지지율을 높여서 PK나 수도권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전진 압박 수비였던 것입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이준석은 당협사무실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야구장, 시장, 대학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누볐습니다. 당대표 선거였는데 그는 이미 굳어진 당심보다 유동적인 민심을 얻어 당심마저 흔들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여론조사에 후보로써 이준석이 첫 등장한 것은 2021년 5월 8일에 발표한 머니투데이-피플네트웍스로 나경원에 이어 13.9%로 2위를 합니다. 곧바로 약 일주일 뒤인 14일에 동일 기관 발표에서 20.4%로 단독 1위에 오릅니다.
이준석이 만약 뉴스만 봤다면 자신의 지지율이 어디서 나오는지 몰랐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필자가 생각하기에 여론조사 통계표를 봤을 것입니다. 공식 캠프도 없이 혼자 지방을 돌아다니는 그는 SNS 등 인터넷을 직접 합니다.
유승민계 출신이었던 이준석은 애초에 당내 지지율이 낮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래서 무당층에 어필하는 전략을 썼고, 이에 화답하는 여론조사 결과로 돌풍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준석 초기 지지율의 바탕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지지자 성향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17.5%, 정의당에서 33.8%, 열린민주당에서 19.6%의 지지자들을 갖고 가는데 이들은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기존 민주당, 정의당 등 자신들의 정당에 대한 불만을 이준석을 통해 풀려고 했던 것입니다. 당대표 선거 내내 이들은 이준석 세력의 전위대를 자처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여론을 장악합니다. 이준석이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이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당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이후 그들은 윤석열 측의 이준석 탄핵 발언 등으로 인해 反윤석열로 돌아서고 이준석을 옹호했던 홍준표에게 붙습니다. 그리고 홍준표는 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조국 과잉수사 그리고 여명숙 영입으로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당대표 선봉대들에게 인식시킵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이준석의 전위대를 자처한 그들이 밀었던 홍준표가 탈락했고 그들은 미련을 버리고 곧바로 탈당합니다. 이게 유승민 지지자와 홍준표 지지자의 차이입니다. 유승민 지지자들이 윤석열에 불만은 갖되 탈당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과거 바른정당부터 시작하여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으로 이어지는 군소정당 생활로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교훈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홍준표를 지지하는 세력의 다수는 당내 세력이 아닌 외부에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이들이 다수였던 완전한 비주류였습니다. 이준석은 이들이 과거 자신을 당대표로 뽑아준 공신들이었기에 버릴 수가 없어 당대표답지 않은 행동을 했던 것입니다.
그 다음 입당한 더 많은 사람들은 윤석열 후보 선출을 보고 입당했기에 데이터 분석에 능한 나머지 이준석은 자신의 솔직함을 표출한 것입니다. 이런 불안감이 차곡차곡 쌓여 폭탄주 과음과 지방행이라는 일탈로 이어지게 된 것이죠.
과연 이준석은 윤석열과의 극적인 화해로 홍준표 탈락 이후 대거 탈당했던 자신의 과거 친위대들을 복당시켜서 세력을 구축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이준석의 데이터 정치가 어떤 사건을 만들 것인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