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주류 의식 유무의 차이?

지난 2021년 11월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되었고 홍준표 후보는 최종 2위로 선출되지 못했습니다. 이어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던 청년층의 탈당 인증 러시가 벌어집니다.

 

최재형, 원희룡, 하태경, 장기표, 박찬주, 안상수, 박진 등 다른 경선 후보들이 윤석열지지 선언을 한 것에 비해 유승민 후보와 유이하게 윤석열 측의 연락조차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청년의꿈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지지자와 소통하는데 이를 홍준표의 2030 정치 플랫폼이라고 합니다.

 

안철수와 다른 홍준표의 플랫폼

 

사실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정치권에서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지난 2020년 11월 2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마포포럼의 정례 세미나에서 본인이 제안했던 플랫폼에 대해 설명합니다.

 

2020년 11월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마포포럼 강연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일부 언론에서 신당 창당 제안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안철수 대표는 플랫폼 안에 느슨한 연대부터 새로운 당을 만들고 큰 틀에서 통합하는 빅텐트 모두를 간편하게 표현하기 위해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라고 합니다.

 

약 한 달이 지난 2020년 12월 20일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처음에는 야권 내 1위를 달리다가 이후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시작한 오세훈 후보에게 단일화에서 역전패를 당한 굴욕같은 상황에서는 그는 곧바로 승복하고 다른 정당 후보임에도 오세훈의 유세를 도왔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이 내뱉은 플랫폼을 지켰습니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 전에 밝힌 안철수의 플랫폼은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야권 단일화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런데 홍준표의 플랫폼인 청년의꿈은 대선 경선 이후에 만들었습니다.

 

홍준표 후보가 국민의힘 입당 전에 이러한 플랫폼을 만들었다면 식상한 반문, 반문재인이 아닌 반명, 반이재명으로 재편 및 통합의 의미가 있었을 겁니다. 당시에는 홍준표 후보가 청년 정치라는 생각을 별로 안했다는 반증입니다.

 

안철수의 플랫폼인 야권단일화보다 더 큰 여권 내 일부 지지층도 흡수하겠다는 목표로 여길 겁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난 2021년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경선 3차 선거인단에서 이낙연 후보에게 투표한 62%라는 대상을 향한 공개구애 전략입니다. 선거인단에는 민주당 일반당원 말고도 반대진영인 보수성향 시민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특히 3차에 분포가 두드러졌습니다. 그들이 대장동 의혹 뉴스를 한 달 전에 접하고 이재명을 막기 위해 이낙연에 지지를 한 것입니다.

 

여하튼 홍준표의 대선 경선 이후 행보를 보고 1년 전 안철수 대표처럼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는 겁니다. 홍준표 의원이 현재 신당창당을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두집살림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회사에 출근하여 집에 들어가지 않고 사무실에 라꾸라꾸 침대를 설치해 숙식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정치에서 무언가 새롭게 만들자고 말하는 것은 거대정당 지도부에서는 꺼내지 않습니다. 현실을 수긍하거나 개조 보수를 하려고 할 뿐 굳이 변화할 이유가 없는 나름의 기득권을 갖고 있습니다.

 

안철수나 홍준표나 한때 각각 거대 양당의 대표까지 했지만 현재는 중심이 아니라 사병을 어느 정도 보유한 지방 호족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그나마도 10년을 다진 안철수에 비해 홍준표의 세력의 다수는 신원 출처가 미상이고 역사도 짧습니다. 따라서 청년의꿈은 세력 늘리기보다는 다지기위한 장치입니다.

 

재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후보를 꺾고 주류에 인정받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달리 대선 경선에서 홍준표는 주류의 지원을 받는 윤석열을 꺾지 못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이준석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곧 홍준표를 지지했을지 모르지만 당원투표에서는 이준석을 지지했던 당원들에게 유승민, 원희룡, 윤석열 등의 선택지가 많았습니다.

 

이준석을 지지했던 국민의힘 당원들은 여론조사에 참여한 일반인이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지지층과 달리 홍준표가 과거에 이준석 대표를 여러 차례 비판한 것을 알기 때문에 ‘이준석=홍준표’라는 수식이 성립되지 않았습니다. 고관여층인 당원투표는 여론조사와는 또다른 세계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홍준표의 라면국수 전략?

 

홍준표가 진영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를 앞서게 된 이유는 윤석열 후보의 조국 수사를 과잉 수사라 비판하고, 검찰총장 시절 윤 후보의 행보를 배신자라고 칭하며 공격한 겁니다. 이를 통해 이재명 지지자, 문재인 지지자 모두의 공감을 사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계열 지지층을 중심으로 앞서 나갑니다. 끝내 민주당 후보가 포함되는 여야 전체 여론조사에서는 15~17% 내외에 그쳐 윤석열 후보와 약 두 배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2021년 10월 15일 여의도 홍준표 캠프에서 홍준표 지지선언을 이끈 정광용 박사모 대표

 

책임당원 공략 전략은 내부총질의 위험을 안고 있는 여론조사와 달리 반대의 스탠스였습니다. 한창 경선 중이던 2021년 10월 15일 박사모를 비롯한 박근혜 지지단체 총연합이 홍준표 후보를 지지합니다. 이들은 지난 탄핵 사태 때 태극기집회의 주력 세력으로 박근혜 후보 특검에 몸을 담았던 윤석열을 막기 위해 홍준표 후보를 지지합니다.

 

홍준표 후보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켰지만 9월 12일에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에서 박근혜 탄핵을 부당하다고 발언했기 때문에 윤석열을 막기 위해 탄핵 불복 세력들이 홍준표에 화답하여 뭉친 것입니다.

 

결국 홍준표의 전략은 이중적인 것으로 박근혜와 조국에 대한 양 극단의 생각을 대변한 것입니다. 여야 여론조사에서 탄핵 부당 발언으로 강성 친박의 지지를 얻고, 민주당 경선 내내 이재명에게 고전하던 이낙연 지지자들에게 호남 연고인 부인을 통해 호남 사위라는 명분으로 문파(대깨문)의 지지를 얻었으며, 진영별 여론조사에서는 과잉 수사 발언으로 민주당 비문 지지자들의 조건부 선택을 받습니다.

 

얼핏 보면 좋은 전략 같았지만 홍준표 지지층들은 서로 간에 가치관이 공유되지 힘들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박사모가 홍준표 후보 지지선언을 했을 때 홍준표를 지지하는 2030 다수가 포진한 커뮤니티 에펨코리아는 한동안 잡음이 심했습니다. 당연히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박사모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에펨코리아는 조국 사태 때 민주당에서 돌아선 사람들이라 민주당도 싫어했습니다.

 

지지자들이 여러 갈래에 흩어져 있어 목소리가 큰 것에 비해 결집도 힘들었고, 그렇다고 막상 지지를 포기하기 싫다면 스스로가 이중적인 모순에 빠져야 지지가 가능했습니다. 홍준표는 당장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지지자들보고 닥치고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했을 뿐입니다.

 

‘나는 탄핵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존중하며 조국 사태에 대해서도 검찰이 악용한 부분도 어느 정도 있었다고 생각하여 조국 지지자들의 분노도 이해는 해야 되며 이준석이 홍준표와 어떤 접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준석을 지키려면 홍준표를 밀어야 된다.’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일반인들에게는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는 관용으로 넘길 일이었지만 책임당원들에게는 ‘나보고 대놓고 바보가 되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실제 화력은 얼마나 되었을까요?

 

2016년 12월 5일 탄핵 소추 직전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박근혜 국정수행 지지도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국회에서 두 번째 탄핵소추가 되었습니다. 당시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도는 10.5%였습니다. 85.1%가 탄핵 국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시기 한국갤럽에서 12월 6~8일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탄핵 지지율이 81%였습니다. 조선일보에서 탄핵 소추 표결 당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도한 것입니다.

 

2019년 10월 14일 CBS 의뢰로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조국 법무부 장관 국민인식 여론조사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2019년 10월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하던 당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55.9%가 장관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발표합니다. 반대하는 사람은 40.5%에 그쳤습니다.

 

홍준표의 전략은 10% 대의 탄핵 불복 세력과 40% 대의 조국 장관을 사수하려고 했던 세력에게 지지를 호소한 것입니다. 선거는 다수에게 표를 받는 것인데 홍준표는 양쪽의 소수자에게서 표를 받으려고 한 것입니다. 탄핵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 조국을 옹호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홍준표 전략은 당장 숫자가 적으니 응집력보다는 일단 양부터 불리자는 겁니다. 라면이 귀하던 시절 국수를 섞어서 양을 불려 먹은 것처럼 홍준표는 당내의 지지 세력이 부족한 것을 反윤석열을 매개로 조국 지지자들에게 자신에 대한 비호감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취했던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관여층인 당원들에게 2017년부터 이듬해인 2018년 지방선거 때까지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의 행적으로 인해 남긴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없었습니다. 여론조사 지지율로 당원들에게 변화를 압박했던 이준석과 달리 홍준표는 당대표 시절을 변명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없었습니다.

 

대선 경선에서 탄핵 사태 때 탈당했다가 복당한 당원들, 홍준표 당대표 시절을 겪었던 다수의 당원들에 의해 비토당한 홍준표는 여전히 자유한국당 시절에 대해 자기 반성이 전무한 것 같습니다. 이번 경선 기간 때도 지난 지방선거 참패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트럼프와 문재인, 김정은과 문재인의 정상회담으로 인한 위장평화쇼 때문에 지방선거를 패배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당원들을 자신이 실망시켰다고 생각하면 굳이 청년 정치를 내걸고 청년의꿈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다른 표밭을 찾으려고 할까요? 당원들을 찾아서 트라우마를 달래줄 생각이 홍준표에게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내부 투쟁하는 이낙연 지지자들

 

홍준표 강성 지지자들이 경선 패배 이후 대거 탈당을 하는 수준에 그친 데 반해 문재인 강성 지지자로 구성된 이낙연 지지자들은 경선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한 달 넘게 민주당사 앞에서 시위를 이어갈 정도로 적극적입니다.

 

민주당 경선이 끝난 직후 경선방식에 항의하여 민주당사에 몰려든 이낙연 지지자들, 출처 : 깨시연TV

 

이낙연 지지자들은 자당 후보 확정에 대해 홍준표 지지자와 달리 탈당으로 소극적인 응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당사 앞에서 시위를 하거나 선거법 소송을 걸거나 확정된 후보의 불법 의혹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공격합니다.

 

홍준표 지지자들에 비해 이낙연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오래된 당의 주인이었다는 인식 그리고 상대 후보와 관련된 악연이 오래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나름의 결속력과 추진력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홍준표 지지자들은 앞서 얘기하듯 홍준표를 지지하게 된 역사도 짧고, 홍준표 개인이 한 번이라도 호평했던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없는 2030 세대가 주된 세력입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으로 친노 세력과 갈등을 빚었던 정동영계 출신인 이재명에 대해 강성 친문으로 뭉친 이낙연 지지자들의 증오는 장독대에 김치 묵히듯 오랫동안 숙성되었습니다.

 

우울증 진통제(?) 홍준표

 

반면 홍준표의 예전 지지자들은 지방선거 이후 떠난 상태에서 현재 새로운 지지자들은 윤석열이 싫어서 반사적으로 지지하거나 비주류 포지션에 있었던 이준석 대표를 옹호해준 그 일로 지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홍준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과거 홍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홍준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홍준표를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보다 홍준표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때 20대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보다 출구조사 지지율이 낮았던 홍준표가 이번 경선 때 20대에서 환호 받은 이유는 그 당시에 20대에서 홍준표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홍준표를 싫어했다가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홍준표를 몰랐다가 좋아할 수는 있습니다.

 

몇 년 전 아니 몇 달 전과 말이 바뀌어도 과거에는 아예 몰랐던 존재이기에 홍준표가 현재 시원스럽게 말하는 것만 보고 좋다고 합니다. 말을 아무렇지 않게 번복해도 늘 당당한 모습은 오히려 우울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나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들한테 힘이 됩니다. 필자 주변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우울증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에 죄다 홍준표를 지지했습니다.

 

일례로 윤석열 캠프에서 임명장을 받고, 유승민 후보 행사에 얼굴을 내민 사람도 결국 막판에는 홍준표의 매력에 빠져서 홍준표 공식 유튜브 홍카콜라에 얼굴이 나온 상태로 지지선언을 합니다. 다른 예로 홍준표 캠프 핵심 인사가 과거 자기 집안과 가까운 정치인 실명을 거론하며 개에 빗대었지만 이번에 홍준표에게 투표했습니다. 마지막 예시로 홍준표가 비판하는 특정 대통령 시절 고위직 인사의 자식이었던 분도 홍준표에게 투표했습니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힘들다보면 시야가 좁아지고 넓힐 생각을 하는 것이 힘듭니다. 홍준표의 당당함은 과거 행적을 찾을 필요성을 못 느끼는 좁아진 시야와 맞물려서 열렬한 지지자가 됩니다.

 

홍준표가 패배했을 때 그저 진통제가 사라졌을 뿐 치료제를 뺏은 윤석열을 응징하겠다는 의지도 없습니다. 지지하겠다는 의지도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윤석열이 홍준표와 원수질만한 오랜 악연도 없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흘러갑니다. 그나마 그걸 붙잡아보겠다고 부랴부랴 청년의꿈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든 게 홍준표의 상황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뒤를 잇는 이낙연을 지지한다고 자부하는 문파들에게 정동영계 출신이자 2010년 지방선거 때 통합진보당 후보와 단일화를 했던 이재명은 그들에게 정통성을 위협할 대상입니다.

 

이재명은 이낙연 세력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윤석열은 홍준표 세력의 도움이 아니라 이준석 대표와의 호흡만 잘 맞으면 대선 가도에 문제가 없습니다. 내부에서 버티고 투쟁을 선택한 이낙연 지지자들과 달리 탈당하고 도망간 홍준표 지지자들에게는 후보와 똑같은 안 좋은 평을 받을 것입니다. 자기 밖에 모른다고 말이죠.

WORD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