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 후보가 출마했습니다. 지난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실패한 후 대선 출마는 이미 기정사실화 되었습니다. 대선 3수 째인 안철수의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까요? 이대로 마무리가 될지 혹은 보다 나은 정치 인생을 이어갈지 궁금합니다.
10년 정치 출마 경력을 가진 안철수 정치의 원천은 민주당과 이름이 자주 바뀌는 역대 보수 정당 사이의 양강 구도에 불만을 갖는 자들입니다. 그들을 향해 제3지대를 꿈꿔왔던 안철수의 결말은 멀리는 정주영, 이인제, 정몽준 그리고 이회창의 계승자 수준입니다. 한국에서 제3세력, 제3의길이 안 된다는 말은 필자가 당대표 출신의 모 거물 정치인과의 식사 자리에서 들었던 얘기입니다.
이번에 안철수의 출마도 이재명, 윤석열이라는 양강 구도에 찍을 사람이 없다는 데이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양강 구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윤석열 모두 현재까지도 각각 40%를 넘지 못합니다. 그러면 지지를 안 한다는 무응답층이 30% 내외라는 것인데 안철수는 여기서 절반만 먹어도 대선 내내 태풍의 눈에 오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제3지대를 또 표방하는 순간 안철수 공부인생 처음으로 3번 반복되는 낙제 성적을 받을 겁니다.
사람들은 늘 최고를 인정하면서 새로움을 원한다.
인간은 원래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을 지켜야 된다고 하지만 본인은 완전범죄만 보장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저지르고 싶어하는 본능을 갖습니다. 대기업의 제품을 갖고 싶어하지만 대기업의 임원 이상에 대해서는 욕합니다.
SKT, KT, LGT 3대 통신사 팬들이 서로 싸우면서도 한때 제4의 통신사가 나와서 독과점 체제가 깨지길 바라는 것도 그 예입니다. 더 가까이는 SM, JYP, YG라는 3대 연예기획사를 인정하면서도 물의 정도의 이슈만 터져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비난을 합니다.
러블리즈(Lovelyz)의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실패한 탈구도화
지난 2021년 10월 30일 SSG와 KT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있었습니다. SSG는 이겨야 가을야구에 탑승할 수 있었고, KT는 이날 지면 정규시즌 우승은 놓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SSG는 창단 첫 정규시즌에서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하고 메이저리그에서 영입했던 추신수 선수는 첫 KBO 포스트시즌을 뛰지 못합니다. 추신수 선수의 테마곡이 이틀 뒤 해체 선언했던 울림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러블리즈의 역주행했던 히트곡 ‘아추(Ah-choo)’였습니다. 베니건스와 당시 한국의 광고 모델처럼 추신수와 러블리즈는 공동운명체였던 것일까요?
현재는 하이브(HYBE)라는 과거 빅히트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을 가진 4대 기획사가 있습니다. 소속사보다 유명한 남자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이 회사를 대표합니다. 하이브 이전에 울림엔터테인먼트가 있었습니다.
울림엔터테인먼트는 2010년대 초반 인피니트라는 보이그룹의 대박으로 주가가 크게 오릅니다. 그 여세를 몰아 2014년도 11월에는 러블리즈라는 걸그룹도 데뷔합니다. 한 달 뒤인 2014년 SBS 가요대전에는 SM의 레드벨벳, JYP의 GOT7, YG의 위너 그리고 울림의 러블리즈가 무대에 오릅니다. 이 당시 울림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울림은 러블리즈를 인피니트만큼 성공시키지 못합니다. 2014~2015년도에는 3세대 걸그룹이 우후죽순 데뷔했는데 이미지가 겹치는 트와이스, 여자친구 등에게 밀립니다.
제 4의 세력으로 아직 더 크기 전에 3대 기획사의 소속 걸그룹과 정면 승부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주간 차트에서 트와이스, 블랙핑크, 레드벨벳 등에 밀리는 형국이었습니다. 앨범을 낼 때도 다른 회사에서 컴백하는 기간을 신경쓰는 것도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팬들마저도 속이 탔습니다. 결국 러블리즈는 해체될 때까지 7년 동안 지상파에서는 1위를 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안철수가 2~3%일 때와 10%를 넘을 때 국민의힘의 태도가 다르듯 후발주자는 우선 비겁하더라도 빈 공간을 노려서 키워야 합니다. 괜히 지지율도 안나오는데 1위 후보를 비판해봐야 무시당합니다. 지난 2차 컷오프 전 경선 때 윤석열 출당 요구한 장성민이 그 예입니다.
지난 봄 초대박을 쳤던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izone)이 연장 없이 2년 6개월 만에 해체되고, 러블리즈보다 성적이 좋았던 여자친구도 해체되어서 러블리즈 팬들이 아니면 이미 다 예상했던 결말이었습니다.
10년 전 인피니트의 대박 이후 몸집이 늘어났는데 감당하기 힘든 게 울림엔터테인먼트의 상황입니다. 과거 울림엔터테인먼트는 마포구 성산동에 자기 회사 맞은 편 건물에서 소속사 이름으로 카페도 직접 운영했었습니다. 카페는 거의 3년 전에 문을 닫았고 그 건물도 현대 임대 전화번호가 붙어있는 상태입니다.
2013년도 SM의 투자로 SM의 자회사에 있다가 추구하는 음악이 달라 3년 뒤에 독립을 했던 울림의 승부수는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데뷔 연차가 적은 후배 그룹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러블리즈의 재계약에 소흘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울림의 포지션을 이어 받은 하이브는 다릅니다. 방탄소년단 그룹 자체는 한국 남녀 그룹 중에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는 1위입니다. 올라갔을 때 제대로 올라간 것입니다.
하이브도 걱정이 있습니다. BTS에 대한 의존도가 크고 그들이 군대를 가게 되면 여간 고민이 아닙니다. 그 와중에 여자 걸그룹을 만듭니다. 울림에서 인피니트 이후 러블리즈라는 여동생 그룹을 배출한 것과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역사는 반복됩니다.
아이즈원 출신인 일본의 미야와키 사쿠라를 영입하고, 같은 아이즈원 출신에 앞서 말했던 울림엔터 소속인 김채원도 영입합니다. NBA 스토브리그에서나 보던 슈퍼팀 꾸리기를 하이브가 실행합니다. 아이즈원 팬들인 위즈원은 이참에 모두 데려왔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합니다.
예전에 데뷔한 사람들을 다시 리부트 시키는 수준이지만 엄청난 화제성이 되는 이유는 남초 걸그룹의 부재입니다. 앞서 말했듯 여자친구, 아이즈원이 해체되었고, 가장 남성 팬 비율이 진한 러블리즈도 해체되었습니다. 라붐은 이번에 멤버 1명과 재계약을 못했고 트와이스는 연차가 오래되었고 내년 재계약도 관건입니다. 우주소녀는 일부 멤버의 국적 관련 문제가 있습니다. 오마이걸은 남녀가 반반이라 남초가 아니고 브레이브걸스는 컨셉이 다릅니다.
그래서 현재 걸그룹 중에는 청순한 걸그룹을 선호하는 남성 팬들이 많은 중대형 걸그룹의 부재입니다. 이 사람들은 선거에서 마지못해 투표하는 무당층보다 더합니다. 그냥 관심을 끊어버립니다. 하이브는 그런 거대한 시장을 노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안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명, 윤석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으며 심상정, 김동연 등은 가망성이 낮은 상황에서 그 거대한 공간을 노릴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 울림엔터테인먼트가 어느 순간 가졌던 맞먹고 있다는 생각을 안철수도 가지게 된다면 광속으로 나락에 가게 됩니다.
엑소를 추월한 방탄소년단처럼 빨리 뛰어넘든가 현실을 파악하고 무당층을 차곡차곡 먹든가 두 길 중 하나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은 결국 안철수 자신의 역량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