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수저, 포크 안 주셔도 돼요.’

2019년, 배달의 **은 환경보호를 위해 위와 같은 옵션을 추가했다. 소비자들이 요청사항에 일회용 수저, 포크를 빼달라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에 착안하여 해당 옵션을 넣은 것이다. 어쩌면 소비자들이 시작했다고도 할 수 있는 이러한 환경을 위한 작은 움직임은 오늘날 더욱더 활발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해진 쓰레기 대란. 2018년 중국에서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비닐 대란’이 일어났던 반면,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해진 쓰레기 대란은 일명 ‘플라스틱 폐기물 대란’이라 불리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에 필요한 물품인 마스크, 장갑, 손소독제 등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소비 생활 확산, 그리고 그로인한 택배, 배달의 급증 모두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을 늘리는 요인이다.

최근 정부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오는 2025년까지 올해 대비 20% 줄이고,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을 현재 54%에서 2025년 70%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탈플라스틱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하지만, 100%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사회가 되기 앞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이 변하는 것이 앞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분리수거만 잘 하면 다 재활용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86.1%로 굉장히 높아 보이지만, 이는 실제 재활용률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재활용 시설로 반입된 양을 기준으로 측정된 통계일 뿐이며, 사실 이렇게 반입된 폐기물의 대부분은 쓰레기로 빠져나가게 된다. 즉, 재활용된 폐기물이 사실상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재활용되지 않는 용기를 사용하는 것과 재활용되는 용기조차 재활용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 원인이다.

먼저,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려면, 생산자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플라스틱포장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포장의 처리과정까지 생각하는 생산자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종류에 따라 화학 구성이 달라 서로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이 서로 섞여 있으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두 개 이상의 플라스틱 재질이 복합된 복합재질이거나 플라스틱에 여타의 재질이 도포된 플라스틱을 ‘플라스틱 OTHER’라고 부른다. 뚜껑에 알루미늄이 붙어 있거나 칫솔과 같이 서로 다른 재질로 구성되어 있는 제품, 투명하지 않고 색이 있는 맥주 용기와 같은 제품 모두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OTHER’이다. 사실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유해가스가 배출되며, 이는 대기질을 오염시키고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OTHER’는 재활용조자 되지 않는다. 결국 플라스틱의 사용은 어떻게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인 방안은 적어도 생산자 측에서 ‘플라스틱 OTHER’가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용기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이를 한 번 사용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사용할 수 있게끔 ‘리필 서비스’를 활성화시키는 방안도 있다. 빈통에 세제를 리필해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생산자들의 노력이 이루어져야만, 더 나아가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탈플라스틱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근본적인 해결은 생산자에게 달린 것처럼 보이지만, 소비자 또한 이러한 상황을 가만히 지켜 보기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소비자가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조차 재활용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양념이 묻은 용기, 음식물이 들어 있는 용기가 바로 그러한 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씻고 닦아 재활용해도,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재활용하지 않겠다’라는 마음을 먹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어떤 플라스틱을 쓰지 말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제품이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을 용기를 사용하고 있는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앞으로 ‘플라스틱 OTHER’를 피할 수 있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분리배출 표기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플라스틱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플라스틱의 분리배출 표기 또한 다양하다. 플라스틱 분리배출 마크 아래에 적혀 있는 HDPE, LDPE, PP, PVC 그리고 PS는 5가지의 플라스틱 재질명이며, 그 외의 플라스틱 종류는 모두 OTHER라고 표기된다. 전자는 단일재질, 후자는 복합재질이다. 앞서 말했듯, 복합재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OTHER’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용기류의 경우 단일재질인 PVC 또한 재활용되지 않는다. 장판, 전선, 파이프 등과 같은 공업용 제품이 그러한 예이다.

이처럼 재활용되는 플라스틱과 그렇지 않은 플라스틱의 종류를 알고, 이를 바탕으로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일반쓰레기 봉투에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제품을 되도록 구매하지 않는 것이 더욱더 적극적인 소비자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최근 플라스틱 OTHER 물품에는 재활용 표식을 없애자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재활용 표식이 있으니 당연히 재활용이 된다고 믿는 국민들이 많으며, 국민들로 하여금 재활용되지 않는 제품을 분리배출하게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해당 청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이는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가 아닐까 싶다.

탈플라스틱 사회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노력해야만 이루어 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바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결국 큰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